▲ 박재현 수영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이미지(image)’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의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상을 말하는 용어다. 사람 및 사물을 대표하거나 그것들과 비슷한 다른 것이 있을 때 사용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1889년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박람회를 계획하면서 이에 적합한 기념물의 설계안을 공모했다. 당시 100주년 기념위원회는 유명한 교량 기술자 ‘귀스타브 에펠’의 에펠탑 설계안을 기념물로 선정했다.

높이 300m의 노줄격자형 철골구조를 세우려는 에펠의 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의를 불러일으켰으며,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다.

당시 많은 반대여론을 뒤로 하고 세워진 이 탑은 이제는 세계의 명물이 됐으며 이름만 들어도 프랑스가 연상된다. 당시에는 이 에펠탑이 프랑스 파리의 이미지를 송두리째 담아내는 최고의 상징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에펠탑을 프랑스 파리 최고의 상징물로 만들었는가.

물론 기술력과 높이에 있어서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어서 많은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를 했고,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국제적인 홍보가 이뤄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에펠탑을 이용한 수많은 이미지 상품이었다. 시각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이미지 상품은 전 세계인들에게 파리를 연상케 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에펠탑을 소재로 한 시각매체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밤하늘의 별 만큼 많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엽서, 캘린더, 스카프, 동화집, 스티커, 포스터 등 에펠탑을 소재로 한 디자인은 바로 오늘날 파리의 이미지와 프랑스의 이미지를 형성한 일등공신인 것이다.

자연자원이나 문화유산이 도시 이미지로 동일시되기 까지는 시각적 매체의 반복적인 노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좋은 문화상품만 있으면 손님이 절로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는 문화를 일궈낼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기업에서 품질좋은 제품만 만들면 되지 수백억원을 들여 광고를 왜 하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울산의 문화 이미지를 결정짓는 축제는 무엇이 돼야 할 것인가.

보성은 녹차, 무안군은 무안백련대축제를 개최해 성공했고, 무주의 반딧불이축제, 담양의 대나무축제도 유명하다. 함평 나비축제, 청도 소싸움, 강릉 단오제, 영월 동강축제, 정선 아리랑축제, 태백 눈꽃축제, 포항 과메기축제 등 유명한 축제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울산은 아직 뚜렷한 대표 이미지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그나마 수년 전부터 울산을 친환경 생태도시로 업그레이드 시킨 태화강 프로젝트는 탁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대표 디자인축제를 더한다면 고래축제를 추천하고 싶다. 울산은 선사시대부터 해면으로 고래가 회유했던 곳이다. 특히 장생포로 인해 울산은 명실공히 고래잡이의 중심도시가 됐다.

반구대암각화에 나타나 있는 선사시대 울산의 고래잡이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마당놀이로 재현하는 행사를 비롯해 고래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행사들이 해마다 펼쳐지고 있다. 고래잡이 재현행사, 민속예술 경연대회, 고래 마라톤대회, 점토로 고래 만들기, 동해바다 용신제 등 프로그램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생포의 옛 명성을 회복하고 이를 ‘고래의 꿈’ ‘울산의 희망’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고래축제를 울산을 대표하는 이미지축제로 살렸으면 한다. 자동차와 조선 등의 공업도시 이미지도 있으나 친환경 콘셉트가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고래는 분명 이들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고래를 디자인 콘셉트로 해 모든 건축물의 벽면과 그래픽, 이정표, 간판 등에 고래 이미지를 넣는다면 울산은 분명 태화강과 함께 친환경도시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디자인이란 특정장소가 아닌 우리들의 삶이 존재하는 어느 곳에서든지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박재현 수영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