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흥이 넘치는 울산 장터 - (4) 중구 전통골목시장

▲ 중구 전통골목시장은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아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쇼핑공간이 쾌적해졌다.

대형마트 부럽잖은 전략마케팅으로 승부수

변화를 선도하는 상인회와 더불어 상권 되살아나

구청장-공무원-상인 3박자 화합 시장 경쟁력 배가

주차공간 확대·이색 볼거리 마련 등 행보 이어져

울산시 중구 전통골목시장은 “재래시장도 지자체와 상인들의 각고의 노력만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 울산에서 가장 활성화된 재래시장 가운데 하나다.

전통골목시장은 지난 5년동안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에 힙입어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 현대화로 외형을 깔끔하게 정비했고 고객 주차장 운영 등으로 쇼핑 편의를 크게 개선했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똘똘뭉치고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울산에서 처음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첫 상인대학 개설, 첫 이색 이벤트 개최 등 해마다 색다른 옷을 입혀나가며 고객들에게 다가갔다.

▲ 중구 전통골목시장에는 아케이드 중앙통로에 길게 늘어선 노점형 음식점이 인상적이다.
◇시장에 새바람 불러 일으킨 상인회

전통골목시장 상인들은 이 시장이 울산의 여느 시장에 비해 빠른 시간 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상인회 집행부와 운영위원회의 존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자 회장과 송경윤 부회장, 최춘덕 사무국장 등 5명의 집행부와 7~8명의 운영위원들은 시장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열정을 쏟는다.

상인들도 집행부가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집행부에 힘을 실어준다. 전통골목시장이 짧은 기간동안 잘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시설은 현대화했지만 상인들의 협조 부족으로 애로를 겪는 여느 시장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대부분의 사업에는 자비 부담이 있어 전체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재래시장 내 집행부가 체계적으로 갖춰지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바자회, 한가위 제수장터, 아케이드 준공 1주년 기념 및 김치축제, 옥교공영주차장 오픈기념 상인화합 한마당, 설맞이 경품추첨행사 등 다른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 이벤트와 상인대학이 활성화된 것이 이 때문이다.

김영자 회장은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상인들의 호응없이 잘 추진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집행부가 전략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우리 시장만의 경쟁력이지만 그것을 믿고 함께 해주는 상인들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공무원·상인 3박자 척척

▲ 중구 전통골목시장에서 40년 넘게 단팥죽과 호박죽을 팔고 있는 양술연 할머니가 죽을 만들고 있다.

전통골목시장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상인들의 노력만은 아니었다. 재래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중구청장, 상권활성화를 위해 상인들 만큼이나 절박한 마음으로 임하는 담당 공무원들도 적극적인 지원역할을 다했다.

상인회 최춘덕 사무국장은 “상인들은 재래시장 담당 공무원에 대한 믿음이 아주 크다”면서 “새벽이라도 시장에 일이 있어서 연락하면 당장 달려나올 만큼 열심히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는 값졌다. 지난 2007년 7월 중소기업청이 주최한 ‘2007년 전국여성상인워크숍’에서 전통골목시장이 상권활성화 우수사례로 발표됐고, 중구청은 전통골목시장의 성공적인 활성화사업이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상권활성화 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상인회의 각별한 노력을 인정받아 김영자 회장은 ‘2005 전국재래시장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는가하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유통학회가 수여한 ‘제2회 자랑스러운 한국의 유통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상 모두 전통골목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컸다는 게 수상 이유였다.

◇올해 또다른 변신 구상 중

중구 전통골목시장은 올해 또 한번 옷을 갈아입는다.

현재 건물 없이 사용되고 있는 옥교공영주차장 부지에 3층 규모의 주차장을 신축, 올해 안에 530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면서 주차 시설을 개선한다. 또 번영로 방향 시장 입구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해 또다른 볼거리를 만든다. 상인회는 올해는 시장 입구에만 루미나리에를 설치하고 향후 전통골목시장 내 1·2·3길 모두에 이같은 시설을 설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구상 중이다.

시장 명칭 변경도 적극 고려한다. 현재 전통골목시장은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붙여진 이름인데 장기적으로 이곳 시장이 자리잡아가기 위해서는 ‘중앙시장’과 같은 명칭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영자 회장은 “이곳 법정동 명칭이 중앙동으로 바뀌었는데 어느 도시를 가나 중앙동에는 중앙시장이라는 게 있고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울산의 중앙에서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중앙시장’으로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게 우리 집행부의 또다른 숙제”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퇴직 전문인력을 고용해 올해부터는 시장 내 사업을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해 갈 계획이다. 향후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현재보다 몇 배 더 성장하겠다는 포부 때문.

최춘덕 사무국장은 “5년 동안 노력해온 결실이 최근 2년 사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상인들도 신바람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제 한 단계 더 성장해야할 때이다보니 고민도 부담도 크다”면서 “그러나 이미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시장 대열에 합류한 만큼 이 자리를 지켜가기 위한 노력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전통골목시장과 옥교상가를 합친 시장으로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기 시작한 5년 전께부터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전통골목시장은 곰장어골목으로 불리는 식당가 골목(1길)과 아동복 등 옷집과 이불집이 많은 아동복거리(2길), 노점형 음식점 등이 줄을 이은 진흥백화점거리(3길)를 모두 포함한다. 대략 30여년 명맥을 이어왔고 점포 수만 280여개, 36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글=유귀화기자/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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