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멕스를 다녀와서(하)

월드뮤직 거래 쥐락펴락 주요 인사들과의 잇단 만남

한국음악 소개하는 인적 네트워킹 확대 가장 큰 성과

울산 장점 극대화로 아시아 월드뮤직 시장 선점 각오

이번 호주 워멕스에서는 정신없이 진행되는 비즈니스 미팅과 쉴새 없는 쇼 케이스 공연의 연속이었던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워멕스(womex)와는 달리 초청된 주요 관계자들이 거의 모두 한 호텔에 묵게 되었다, 때문에 각종 컨퍼런스와 질문 대답으로 구성된 세션들의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멜번 시내를 거닐다가도 그들과 자주 만나게 되었다.

월드뮤직의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에서 온 월드뮤직계의 중요한 인사들에게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과 한국의 음악과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페스티벌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듣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일 등 네트워킹을 도모하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다.

워멕스나 호주 워매드 같은 큰 행사에서 이들을 여유 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따른다면 이번 호주 워멕스의 가장 큰 성과는 인적 네트워킹을 확대라고 할 수 있다.

▲ 쇼케이스(공연)가 벌어진 스피겔텐트의 전경(왼쪽)과 쇼케이스 전 스피겔텐트 앞에서 담화를 나누고 있는 관계자의 모습.

특히 현재 월드뮤직의 세계 최대 거래의 장이며 동시대 최고의 월드뮤직 쇼 케이스 공연을 하는 월드뮤직 엑스포womex)의 모태가 되었던 유럽 24개국 42개 페스티벌의 연합체인 ‘유러피언 포럼 오브 월드 와이드 뮤직 페스티벌’(EFWMF)의 대표인 벨기에 ‘스핑크스 페스티벌’(Sfinks Festival)의 디렉터 패트릭 드 그루트씨와의 만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고 향후 몇 가지 중요한 사업들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워멕스가 원래 EFWMF에서 비롯되었고 현재도 EFWMF와 밀접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패트릭의 권위와 스핑크스 페스티벌이 가지는 위상은 실로 막강하다. 스핑크스 페스티벌은 매년 7월 마지막 주 벨기에의 몰렌펠트에서 열리고 있으며, 월드뮤직페스티벌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1982년 영국에서 시작한 워매드(womad)보다도 먼저 1975년에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웬만한 월드뮤직 스타들이 다 거쳐 간 월드뮤직페스티벌이다. 서커스, 퍼포먼스, 영화 등을 함께하는 ‘안드레’(Andere)라는 종합형 축제와 함께 개최되고 있다.

패트릭은 아주 쿨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견해를 말할 때는 아주 단호한 사람이었다. 그는 미래의 음악 축제는 단순히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묶일 것이 아니라 아랍,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힙합, 북유럽 켈틱 음악 등으로 세분화되어 진행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바 있다. 이 비전은 현재 유럽에서는 그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음악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한국적인 특성을 버린 퓨전 음악이나 어설픈 서구화를 지향하는 음악은 결코 세계무대에서 어필할 수 없기에 한국적인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패트릭 이외에도 워멕스 디렉터인 제라드 셀리그만, 뉴욕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인 ’글로벌 페스트‘의 디렉터 이사벨 소퍼, 호주 문화부 국제 마켓 개발부 매니저인 수 스펜서, 뉴질랜드 문화부 국제부의 칼라 반 존 등이 그들이다. 호주와 뉴질랜드 문화부 관계자들과의 공식 미팅은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 모두 정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아티스트가 속한 해당 주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더 클 정도로 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면서 자국의 아티스트가 울산에 초청될 경우, 항공료와 홍보 등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자국의 전통 문화 소개도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며 자국의 문화 상품 마케팅에 아주 열성적 이었다.

호주 워멕스는 첫 해라서 그런지 쇼 케이스 공연은 일반 관객들 보다는 초청된 관계자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에 따라 공연 분위기는 공연감상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주최국인 호주 팀은 멀티 컬쳐, 즉 다문화 국가 답게 세계 여러 곳에서 이주해 온 문화와 음악이 섞여 있었다. 미스타 사보나(Mista Savona)는 라틴 살사와 아프로 비트, 스카즈(Skazz)는 자메이카 스카, 레게와 더불어 아주 세련된 빅 밴드 라틴 재즈를 연주하며 영국 워매드(womad) 무대에도 섰던 세계무대에도 섰던 이미 검증된 그룹들이다.

다국적 이민자들로 구성된 유니파이드 게코(Unified Gecko)는 터키 출신 리더인 게코를 중심으로 터키와 흑해 연안의 전통 음악을 기본으로 집시, 발칸 반도의 흥겨운 음악을 연주 하는 밴드다. 뉴질랜드에서 온 퍼시픽 컬즈(Pacific Curls)는 마오리 원주민 여성 리더에다 기타의 한 종류인 우케렐레 연주자, 장나라를 닮은 귀여운 얼굴을 한 백인 여성 바이올린 연주자로 구성돼 있으며 마오리 전통 음악과 포크 음악, 북 유럽 켈틱음악을 절묘하게 융합해 매우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들 팀들의 공통점은 무대에서 연주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입담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소개를 통해 관객과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무대 매너와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주었다.

끝으로 2008년 11월 빅토리아주의 주도인 멜번에서 제1회 호주 워멕스가 개최될 수 있었던 사연은 이렇다.

수년 전 호주의 한 열혈 청년이 워멕스와 유럽의 주요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찾아다니며 호주에서 월드뮤직엑스포를 개최 할 예정인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월드뮤직 중심지인 유럽에서 가장 먼 호주에서 월드뮤직 엑스포를 할 것이라는 말에 다들 반신반의 했지만, 결국 호주 문화부와 빅토리아 주정부는 그의 제안을 받아 들였고 2008년 호주 워멕스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가 바로 사이먼 레이노다.

그는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를 초청했고 나는 호주 워멕스 마지막 날 쇼 케이스 공연에 앞서 그에게 “행사는 성공적이었고 초청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울산은 호주에 비해 3년째를 맞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라는 파괴력이 강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지만 한국과 아시아의 음악을 유럽 등지에 소개하고 전 세계의 음악이 거래될 수 있는 ‘아시아 월드뮤직 엑스포’를 개최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가능한 일이고 또 해낼 것이다. 이제까지 몇 차례나 강조했지만 다문화주의로 세계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추세를 따라 월드뮤직 공연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국내의 다른 축제들과도 차별적인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아시아 월드뮤직 시장을 선점 할 수 있는 울산의 장점을 최대한 키워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의지와 비전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없는 것도 만들어 내는 판에 승산이 있는 월드뮤직 페스티벌과 아시안 월드뮤직 엑스포라는 컨텐츠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 이 정 헌 처용문화제 사무처장

페스티벌을 키워 네임 밸류와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월드뮤직 트레이드 페어 즉 월드뮤직 마켓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이 한국 음악과 아시아 음악의 세계 진출의 장이 되는 것이다. 늘상 외치는 “문화도시 울산”이라는 내용 없는 허명을 과연 무엇으로 채워 울산의 문화 브랜드로 만들 것인가?

이정헌 처용문화제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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