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새롬 현대청운고 3년
얼마 전부터 큰 가방을 메고 있는 초등학생만 보면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고등학생 만큼이나 바쁘다는 뉴스를 본 후로 그런 아이들만 보면 괜히 세상이 무거운 책가방을 아이들의 등에 묶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등 온갖 학원에 시달려 쉬는 시간 없이 매일 다람쥐 쳇바퀴 구르듯 공부만 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과연 내가 수험생인지 저 아이들이 수험생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몇 년 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 매일 운동장에서 몇 시간씩 놀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런 지친 초등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국제중 설립이다. 이미 2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2개 학교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임은 당연하다.

중학교를 입시화한다면 당연히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직은 연약한 아이들에게 크나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 과연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원하는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대부분은 아직 진로는커녕 계열 선택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 의지보다는 부모의 의견을 따라가기가 쉽다.

또한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아이들이 국제중에 입학한다면 다양한 방면으로의 경험을 하지 못해 오히려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국제중의 교육방식과 맞지 않는 진로를 선택한다면 국제중에서의 3년간의 노력이 헛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실제로 국제중 입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들 역시 국제중의 설립취지와 교육방침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채로 그저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로만 알고 있는 게 대다수이다.

그런데 과연 국제중이 국제화 시대를 위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본래 목적에 어긋나지 않게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같은 목적으로 설립되었던 외국어 고등학교 역시 현재는 국내 명문대 입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입시 전문학교로 변질되었다.

일류대 입학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 때문이다. 이 풍토를 먼저 바꾸지 않는 이상 국제중 역시 특목고 입학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쓸데없는 세금낭비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제중은 학비만 1년에 1000만원 정도가 든다. 고액의 학비를 고등학교도 아닌 중학교에서부터 부담할 수 있는 가정은 부유한 일부 상위층뿐이다. 국제중 설립으로 인해 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자는 취지는 좋으나, 인재는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킨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기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님이 이를 증명한다.

국제중을 설립하기보다는 차라리 고등학교를 다양화시켜 우리나라 학생들이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시기에 맞춰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놀이터에서 뛰놀며 사회적응력과 인성을 길러야 할 어린 아이들을 하루 종일 입시학원으로 밀어 넣으면서까지 과열교육을 시키는 것은 그 아이들에게 선명한 미래상이 아닌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으로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만큼은 치열한 입시전쟁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윤새롬 현대청운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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