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

 
신라시대때 창건 백련사·다산 유배지 초당 유명

입안 가득 바다 내음 ‘매생이’ 겨울철 별미 각광

매주 토요일마다 청자 경매 색다른 볼거리 선사

■ 다산의 흔적 좇으며 즐기는 사색

만덕산 중턱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백련사는 신라 문성왕 때 창건됐고, 고려 명종(1170년) 때 원묘국사에 의해 80여칸으로 중창됐다. 이후 고종(1232년) 때 원묘국사 3세가 보현도량을 개설하고 백련결사를 일으킨 유서 깊은 명찰이다.

특히 백련사에서 내려다보는 강진만의 아름다움은 절대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선뜻 카메라부터 들이대기 힘들다. 정결한 산과 바다가 시야에 들어오면, 팍팍한 속세는 잠시 잊고 마음의 풍요와 평화를 얻어도 좋다.

백련사 앞마당 왼쪽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다산초당을 들를 수 있다. 800여m 정도인 이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이 초당에 거처할 당시 백련사의 명승 혜장선사와의 교유를 위해 걸었던 길로, 우리나라 최고의 산책로로 불린다.


다산의 발걸음을 추억하며 20여분간 걸으면 초당에 도착할 수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18년 중 10여년을 지내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기며,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했던 곳이다.

흔히들 4월 백련사 일대에 만발하는 동백꽃을 으뜸으로 친다. 그러나 인산인해를 피해 한적한 오솔길을 걸으며 나만을 위한 사색에 잠기고 싶다면 겨울 여행이 더 낫다.

■ 본고장에서 즐기는 매생이의 참맛

남도로 가는 여행길에서 먹을거리를 빼놓기 힘들다. 매서운 겨울바람만큼 남도의 맛도 농익었다. 그 중에서도 강진 매생이가 유명하다.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매생이는 파도가 잦아지는 굽은 곳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잘 자란다. 한때는 김 양식발에 달라붙는 잡초 취급을 받았던 매생이는 최근 참살이 바람을 타고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량항

강진의 마량항 일대 마을에서는 매생이 양식발인 대나무 기둥이 갯벌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이 매생이발은 마량항 포구를 지나 신마마을에서부터 숙마마을을 거쳐 바다 건너 고흥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강진의 마량항을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남해 청정해역을 끼고 있는 갯마을에서는 칼날 같은 겨울바람 속에서도 넉넉한 어촌풍경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의 한 복판이지만 제철을 만난 매생이 채취로 주민들의 손놀림은 분주하다.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배를 타거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매생이를 손으로 훑어낸다.

마량항 강진군 수협 어판장에 가면 싱싱한 매생이를 구입할 수 있으며, 일대 식당에서 얼큰한 매생이국 한 그릇 해도 좋다.

■ 남도에서 누리는 청자의 기품

강진은 ‘청자골’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의 80% 이상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180여개의 가마터가 남아 있으며, 특히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청자 제작기술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9~14세기 고려시대 청자 생산의 중심지였다.

대구면 사당리에 위치한 청자박물관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긴 청자를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선조들이 청자를 굽던 도요지(도기를 굽던 가마의 터)에 조성된 박물관에서는 고려청자 완품 100여점과 청자가마터에서 수습한 청자편 3만여점, 가마터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청자 경매가 열린다.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가마인 관요와 민간요에서 빚어진 청자들을 놓고 벌이는 수집가들의 경쟁도 이채로운 구경거리다.

청자박물관

+++여햏수첩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순천까지 간다. 순천에서 2번 국도를 타고 목포 방면으로 달리면 보성을 거쳐 강진으로 갈 수 있다.

지면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강진에는 놓치기 아쉬운 구경거리가 많다. 우선 강진이 길러낸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가 있다. 강진읍 남성리에 위치한 영랑생가는 영랑(1903~1950년)이 광복 전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주옥같은 시 60여편을 쓰며 생활했던 곳이다.

조선조 500여년간 전남과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하며 육군의 총지휘부 역할을 했던 전라병영성도 돌아볼 만하다. 당시 건물이나 유적은 소실되고 없으나, 성곽은 뚜렷이 남아 있으며 현재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병영성은 서양에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소개했던 하멜이 유배 7년간 노역했던 곳으로, ‘하멜기념관’도 구경할 수 있다. 이 밖에 월출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무위사, 다산이 처음 유배생활을 시작한 사의재 등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다.

강진은 모텔 등 숙박시설이 많은 편이며, 관련 정보는 강진군청 홈페이지(www.gangjin.go.kr)에 잘 정리돼 있다. 강진군청 관광개발팀(061·430·3224)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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