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에서, 김영삼 정부가 김대중 정부에게 넘겨준 가장 큰 짐이 환란이었다면 김대중 정부가 노무현 정부에게 넘겨줄 가장 큰 짐은 26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와 430조원에 이르는 가계 빚 문제가 될 것이다. 공적자금 상환 부담을 포함한 적자 재정도 적지 않은 짐이다. 뭉뚱그려 말하면, 환란 전의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이 몇 년 사이 가계와 국가 재정으로 전가된 셈이다. 새 정부는 지금부터 모든 역량을 기울여 부실 가계와 적자 재정 치유에 매달려야 한다. 적자 재정은 정부 자체의 문제라고 치더라도 신용불량자와 부실 가계 문제는 많은 국민이 고통 받는 문제이니만큼 당장 정부와 온 국민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시급한 문제다.
결코 재벌 개혁을 늦추자는 주장이 아니다. 지난 2년여 재벌 개혁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우리는 일관되게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쪽에 서왔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밝힌다. 단지 수백만 명의 국민이 매일 매일을 암담함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먼저 눈을 돌리자는 말이다. 인수위 관계자의 재벌정책 발언이 어떤 비중을 갖고 나왔는지, 또 그 발언이 각 언론에 의해 왜 급속히 확산됐는지 우리는 그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앞으로는 정책의 우선 순위가 신용불량 상태인 내 가족과 내 이웃에 중점적으로 모아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