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원 전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장
공직에 평생 몸담았다 퇴직한 후에는 근무한 곳에 자주 들리거나 업무에 관계하지 않으려는 것이 대부분 퇴직자의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관심까지 접지는 못한다. 필자도 33년 공직을 환경업무에 대부분 종사했고(울산시 환경정책과장 역임), 울산의 환경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으므로 작금에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체의 연료전환 정책(저유황 유류에서 고유황 유류와 고체연료(석탄)로 승인)’ 운운의 보도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먼저, 울산의 환경실태와 저유황유류 사용으로 바뀐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울산은 ‘공해1번지’이자 ‘공해백화점’이란 부끄러운 이름을 얻어 시민절반이 울산을 떠나겠다고 조사됐던 공해도시였다. 그러다 ‘온산병’등 공해피해가 밝혀지자 1983년 정부는 울산·온산공단에 대한 공해피해조사를 실시, 대기오염의 주범은 고유황 유류로 판명됐고, 1986년 3월18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울산·온산공단지역을 ‘대기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 엄격한 특별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해 굴뚝 자동측정기 설치와 ‘단계별 저유황 유류의 사용’ 등으로 특별 관리를 하게 됐다.

특히 단계별 연료사용규제 내용을 보면, ‘특별대책’지정 이전에는 황 함유량 4.0% 이하의 벙커-C유를 울산 전역에 사용했으나 ‘특별대책’지정으로 4.0% 이하와 2.5% 이하를 병행사용하게 됐고, 97년 7월1부터 2001년 6월30까지는 0.5% 이하, 2001년 7월1부터는 전 지역이 0.3% 이하의 초저유황유를 사용하게 됐다.

이처럼 ‘특별대책지역’ 지정 이후 개선된 울산의 대기질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가 2008년 0.008ppm으로 국가 환경기준보다 좋게 개선됐는데, 그나마도(!) 이는 명백히 ‘연료규제정책’ 덕분이다. 즉, 대기질 개선의 주요인은 공장들의 저유황유류와 청정연료로의 전환과 방지시설의 개선덕분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공단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치가 나오지만 거주지역에서 측정한 낮은 수치까지를 연간 합산해 평균치로 최종 발표하므로 대기질이 실제보다 많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개선의 효과는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은 연료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고히 할 때이다.

기업체들은 유가변동과 미국발 경제위기로 촉발된 일시적인 경영의 어려움에 대응해 원료에서부터 제품에 이르기까지 생산 공정 과정을 개선할 요인들이 수없이 많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에 따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해도시에서 친환경생태도시로 변모되어 110만 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인정하고 심지어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울산의 ‘청정연료정책’을 변경하라는 요구는 ‘110만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갖겠다’는 것을 포기하라는 협박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기업체의 대주주인 경영주가 아닌 공장에 근무하는 현장관리자들이 경영적자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한 방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01년 7월1일부터 울산시 전역이 황 0.3% 이하의 유류를 사용하게 됐을 때도 기업에 부담이 된다며 이번처럼 울산상공회의소를 내세워 저유황유류 사용 의무화 대상지역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건의서를 중앙정부에 제출했다.

결국 울산시의 반대로 무산(2001.5.18 ‘중유황 함유 규제 제외 건의 우려’ 경상일보 필자기고)됐는데, 시민을 위한 시정이라면 2001년도에 이 같은 사례를 물리친 것과 같이, 승인을 위한 조건 같은 방침을 만들지 말고 연료변경을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시적인 기업의 어려움을 도우려다 개선되고 있는 환경이 과거로 회귀한다면 이를 복원하는 데는 수십 년 걸려 110만 시민이 고통을 또 겪어야 하며 수천억원의 시민의 혈세가 낭비될 뿐이다.

이수원 전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