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흥이 넘치는 울산 장터 - (5) 동구 동부·남목시장

▲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비교적 불황을 적게 겪는 울산시 동구 동부동에 있는 동부시장과 남목시장. 개별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하나의 시장이다.
동부·남목시장은

동부시장이 1979년, 남목시장이 1978년에 형성돼 30여년 동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시장내 상가는 두 시장 합쳐 60여 곳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현재 상가 2층 점포(30~40개)에도 꽉 차 100여곳 가까운 상가가 장사를 했지만 그 이후로 2층 점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시장 시설은 아케이드 설치 등 현대화사업을 진행한 요즘 시장에 비해 낙후된 편이지만 지난 2007년 상가 내부 환경개선공사를 통해 시설을 일정부분 정비했다. 때문에 경기가 나아지면 2층 상가도 꽉 들어찰 것으로 상인회는 보고 있다.

울산시 동구 동부동에 있는 동부시장과 남목시장은 각각 개별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인식하기에는 하나의 시장이다.

동부시장은 1979년 4월, 남목시장은 1978년 10월께 각각 다른 시장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2005년께부터는 두 시장의 상인회를 통합하는 등 하나의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은 ‘ㄴ’자 골목을 따라 형성돼 있는데 세로 골목은 동부시장이고 가로 골목은 남목시장이라 사실상 두 시장 간의 경계는 없다. 규모는 작은 편으로 동부시장에 30~40여곳, 남목시장에 10여곳 등 통틀어 상가는 60여곳 남짓이다.

동부·남목시장은 전례없는 불황 속에서도 비교적 장사가 잘 되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동구청 관계자와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동구지역에서는 이곳 시장과 화정동 대송농수산물시장이 불황 모르는 시장으로 꼽힌다.

물품이 저렴하고 신선하다는 재래시장의 장점도 불황 여파를 덜 받은 하나의 요인이었지만 무엇보다 큰 요인은 지리적 여건이다.

시장은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는데 최소 인접지역인 남목 1동과 3동의 4만~5만명은 이곳 고객으로 추산된다는 게 동구청의 이야기다.

주변에 대형마트와 경쟁상대가 될 만한 또다른 재래시장이 없다보니 사실상 주민들의 최대 소비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는 것. 때문에 이곳 시장을 드나드는 1일 평균 방문자가 2000~3000명에 이르고 있다.

유영만 동부남목시장상인회장은 “요즘같은 시기에 불황을 안 탈수야 없지만 다른 시장이나 상점에 비해서남목 1·3동 고객만 4만~5만명 추산

백화점·대형마트 등 경쟁상대 없어

1일 평균 3천명 방문 고정매출 유지

는 모두 현상 유지는 될 정도”라며 “시장 주변에 4만여명의 주민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데다 인접 지역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없어 외부로 유출되는 고객이 많지 않아 거의 고정적인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부·남목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을 유지할 정도로 ‘잘 되는 시장’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장사가 특히 잘돼 소위 ‘대박난 집’도 눈에 띈다. ‘김밥’ 하나로 대박난 원조김밥집과 ‘팥칼국수’로 대박난 월성 손칼국수집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 시장 대박난 집

“좋은 재료 쓰니 단골이 절로 늘었어요”


△소문난 원조 즉석김밥집은 동구 남목 주민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름 나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사 먹는 것으로 유명세를 타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주변에 김밥과 분식을 함께 취급하는 김밥집이 많이 생기면서 전성기 때만큼의 매출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하루에 500여줄이 팔려나갈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김밥집의 유명세는 세월이 지나면서 흐릿해지기는 커녕 남구와 중구 지역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남목에 살던 사람이 동구 내 다른 지역이나 남구와 중구 등지로 이사를 간 뒤 입소문이 퍼지면서 신규 단골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김밥집 조태보(여·61) 사장은 “특별할 것 없지만 워낙 잘 팔리다보니 가장 좋은 달걀, 남들 쓰는 것보다 몇 백원 더 비싼 오뎅 등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1년 365일 한결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알아 주는 것 같다”면서 “주변에 김밥집이 여기밖에 없을 때는 앉을 시간도 없이 바빴고 수십명이 줄 서서 기다리는데 김밥 싸서 포장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또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사실 1줄 팔아서 남는 것은 별로 없는데 남기는 데 욕심없고 단골에게 고마움을 갚는다 생각하고 계속 좋은 김밥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도태(67) 사장은 “외환위기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시작한 김밥이 우리 가족을 살린 셈”이라면서 “김밥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기 전에는 김밥만 취급하는데도 직원이 6명이었는데 지금은 4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유일한 팥 칼국수로 유명세”


△월성 손칼국수는 ‘팥 칼국수’로 유명하다. 점심 시간이면 10여명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식당에 팥 칼국수 찾는 손님들이 몰려드는 통에 한바탕 전쟁이 치러진다.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단골들은 사장 김영숙(63)씨의 바쁜 손길을 돕기도 한다. 줄 설 것을 대비해 미리 주문하고 시장본 뒤 후다닥 한그릇 비우고 가는 손님이 있는가하면 팥 칼국수 생각에 아예 점심시간을 피해 오는 손님도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풍경은 덜하다. 8명이 앉으면 꽉 차는 좁은 식당 맞은 편에 10여명 가량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김영숙 사장은 “경기 영향으로 예전 만큼은 못하는데 작은 식당에서 점심시간 한 나절에만 20만원 이상의 순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라면서 “드나드는 손님이야 하루에도 수십명에 달하니까 기억하기 힘들지만 경기 좋을 때 너무 많이 팔려서 그렇지 지금 장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시장보러 올 때마다 먹고 가는 단골도 있지만 손님 중에는 전라도가 고향인 분들이 고향 음식이 그리워서 남구나 중구 등 멀리서 일부러 찾아올 때도 많다”면서 “알고 있기로는 팥칼국수가 이 시장에서 유일하고 울산지역 내에서도 흔한 음식이 아니라 유명세를 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유귀화기자/사진=김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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