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가 있는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청량한 주암계곡 물소리서 느끼는 이른 봄 기운

억새밭과 떡갈나무 숲 길·큰 바위 돌아서면 정상

수십만평 광활한 사자평원과 배내골 계곡 발 아래

  ② 재약산 주암계곡
재약산(해발고도 1118m)은 영남알프스의 고산 7봉중에서도 산세가 험준하고 풍광이 장엄하여 가지산 신불산 운문산 등과 더불어 한국 100대명산으로 지정(산림청·2002년)된 산이다. 특히 사자평 억새평원은 재약산의 대명사로 불릴만큼 이미 유명 산행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재약산 산행 코스는 대개 밀양시 단장면 표충사입구를 비롯하여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주암마을이나 죽전마을에서 오른다. 비교적 표충사코스가 많이 이용되는 편이지만 겨울의 가장자리 2월에 호젓한 주암계곡을 걷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재약산 정상의 겨울풍경.

주암계곡 코스는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주암마을에서 시작되는데 활엽수가 울창한 숲속 긴 계류를 따라 걷는다. 2월의 주암계곡은 겨울을 녹이는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있고 골짜기에 스며드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산행들머리는 주암마을 끝집 주차장(유료)왼쪽편 나무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왼쪽에 깊은 계곡을 두고 산허리길로 가게 된다. 아스라한 계곡 건너편에는 심종태바위라 불리는 암벽이 까마득히 솟아 있고 먼 계곡 깊숙히 감춰진 아침 햇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비탈에는 굴참나무, 산벚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등등. 갖가지 활엽수들이 즐비하고 수북히 쌓인 낙옆위에는 간밤에 서린 이슬들이 아침햇살에 은하수처럼 반짝인다. 등산길옆에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하는 호스들이 이리저리 널려있다.

계곡아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발걸음은 숲속에 익숙해지고 어느 듯 심신이 홀가분해 진다. 계곡 중턱에 오르면 ‘장수암’이라 씌여진 양철지붕으로 된 허름한 암자를 만난다. 소박한 암자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일주문도 없고 팔작지붕도 아니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암자풍경이 더욱 산사의 정겨움과 고즈넉함을 느끼게 해준다.

5월이면 암자를 밝히는 듯 붉은색 금낭화가 불등(佛燈)처럼 꽃을 피우기도 한다. 울창한 숲속으로 계류를 건너기도 하면서 조릿대숲이 있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어 억새 고원지대가 펼쳐지는 쉼터에 이르게 되고 재약산(수미봉)과 사자봉의 시원스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재약산 정상은 쉼터를 지나 임도길로 얼마 안가서 왼쪽편 숲길로 오르는 길이다(푯말 있음). 정상까지는 떡갈나무숲사이로 오르게되고 큰바위를 비켜가면서 정상에 다다른다. 재약산 정상에는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다. 수십만평의 광활한 사자평원과 멀리 배내골 계곡을 사이에 두고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이 연이어 펼쳐지는 영남알프스의 풍광이 일품이다.

남북으로 날카롭게 솟은 준봉들이 재약산의 장엄함을 더해준다. 정상 서쪽편 산 아래에는 까마득히 표충사가 보이기도 한다. 하산방향(원점회귀)은 주암계곡(1)이나 심종태바위(2) 또는 사자고개-임도방향(3)을 선택할 수 있다.

심종태바위는 급경사진 암벽구간이 있으므로 하산시 주의해야 한다. (3)코스로 하산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3)코스는 사자봉방향으로 사자고개까지 내려가서 샘물상회(간이매점)를 지나 임도길로 계속가게 되는데 샘물상회에서 임도길로 30분쯤 가다가 ‘Y‘갈림길(임도우측편에 차량통행금지푯말과 철조망 있음)에서 우측편길로 하산하게 된다(주암마을까지는 숲속길로 내려가게 된다).

■산행길에 만나는 야생화

작지만 아름다운 꽃-산행길에 만나는 풀꽃들은 더욱 정겨운 하루산행이 되게 한다. 재약산은 활엽수가 울창한 계곡과 광활한 초원이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갖가지 많은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어 야생화를 볼 수는 없지만 3월이면 산행길 여기저기에서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 고운빛깔의 풀꽃들이 봄을 연다.

3~4월 주암계곡 산비탈에는 노란색 꽃망울을 터트리는 생강나무꽃(산수유꽃과 유사하며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고 붙인 이름)가 먼저 봄소식을 전하고 풀밭에는 양지꽃, 현호색, 천남성, 족도리풀(꽃모양이 머리에 쓰는 족도리를 닮아 붙인 이름) 참꽃마리 등등 갖가지 봄꽃들이 고개를 든다. 울창한 활엽수가 연두색으로 물드는 4, 5월이면 산벚나무와 진달래가 계곡을 화사하게 수 놓는다. 계곡 중턱 나지막히 앉은 암자 ‘장수암’주변에는 금낭화(비단주머니라는 뜻의 이름)가 군락을 이룬다. 금낭화가 어우러진 소박한 암자풍경에 발길이 절로 멈춰진다. 여름과 가을에는 계곡을 따라 산수국, 물봉선 등을 볼 수 있으며 억새풀밭에 오르면 오이풀(오이향이 나서 붙인이름), 산비장이, 물매화, 흰자주쓴풀. 용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재약산 정상에서는 바위틈에 숨은 보라색 산꼬리풀을 볼 수 있다.

■원점회귀 산행코스

주암마을 끝집(유료주차장)~주암계곡~억새밭쉼터~재약산정상~사자고개~임도(샘물상회)~갈림길~주암마을 10km 6시간

■산행 들머리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배내고개를 넘어 배내골 방향으로 2km쯤 가다가 우측편 ‘주암마을’로 내려가서(‘주암마을’ 표석있음) 마을이 끝나는 끝집 주차장(유료)에서 출발한다.

▲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저자 오의석

<영남알프스 하루산행> 저자 오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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