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학춤 대중화 외길 걷는 닮은 꼴 사제| 4- 울산학춤 김성수-박윤경

▲ 울산학춤예능 보유자인 김성수(오른쪽)씨와 전수조교인 박윤경씨가 고서에 실린 학춤의 유래에 대해 얘기하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학춤보존회 김성수 고문 울산학춤 정통성 체계적 정리

동래·양산학춤 아성 비집고 기존 전통춤 명인들 지지 얻어

십여년째 학춤 매진 박윤경 전수조교 학춤 대중화 최일선

“자신에겐 혹독하고 남에겐 관대해야 합니다. 요즘엔 그와 반대로 행하는 사람이 많아서 탈이지요.”

울산학춤보존회 김성수(56) 고문은 지난 10여년 동안 한우물을 파 온 사람이다. 양산학춤 기능보유자로 전통춤 인간문화재로 추앙받는 아버지(김덕명·85)를 두었지만, 그는 그 학춤의 원류를 ‘울산’에서 찾아내어 새로운 원형을 만들고 학술적 근거를 캐내어 알리는데 온 힘을 쏟아왔다.

울산 출신도 아닌 그가 울산으로 본적을 옮기고 울산학춤을 만들어 인정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오해와 편견의 시선에 눌리어 지독한 속병을 앓아야 했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십수년 이상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고나니 이제는 그의 울산학춤을 전수받아 보존하고 널리 알리려는 제자들이 전국에 걸쳐 수십여 명에 이른다.

울산과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열릴 때마다 그의 울산학춤은 울산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이 되어 단골로 등장한다. 전국 곳곳에서 전통춤마당이나 학춤 관련 행사가 벌어질 때에도 울산학춤의 위상이 달라졌음은 물론이다. 초기에는 동래학춤이나 양산사찰학춤의 아성에 가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 설 힘이 약했지만, 한국학춤의 계보를 정리하고 그 꼭대기에 계변천신 설화에 기반을 둔 울산학춤이 자리한다는 문헌적 이론체계와 사상연구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이제는 기존 전통춤 명인들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울산학춤으로 한 우물을 파 왔고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지만, 그에겐 새로운 걱정이 하나 더 생겼다.

“춤만 잘 춘다고 다 춤꾼입니까. 몸짓으로 표현되기까지 그 속에 담긴 정신과 근원까지 샅샅히 뒤져서, 춤을 모르는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파할 수 있어야 진정한 춤꾼입니다. 내공은 갖추지 못한 채 무대 위 모습만을 좇는 이들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제자들이 그런 세태에 물들까 제일 걱정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전수교육은 아끼는 제자일수록 더욱 혹독해 질 수 밖에 없다. 울산학춤 전수조교 박윤경(29)씨는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부터 울산학춤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학춤을 추고 있다. 다른 제자들보다 젊은 편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단련한 학춤으로 지역 내 문화센터마다 새로이 개강하는 울산학춤 강의를 도맡으며 학춤 보급에 열성을 다하는 중이다.

박 조교는 “선생님이 춤꾼의 길을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면 김영미 보존회장은 공연무대나 춤마당 등 현장에서 울산학춤을 알리며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그들과 함께 새로운 춤을 개척하고 뿌리내리는 작업에 동참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완성하기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종종 잇따른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단 한번도 다른 길에 눈길을 돌린 적이 없으며, 울산학춤만으로도 버거울만큼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잘라말했다.

‘자신에게 혹독하기’를 강조하는 스승의 그림자 앞에서 힘들고 괴로운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또하나의 제어장치가 되어 학춤의 맥을 견고히 하는데에만 온 정신을 쏟고있다.

“울산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우리의 것’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울산학춤을 배우기위해 전국의 전통춤꾼들이 울산으로 발길을 옮기는 그 날까지, 이 길을 굳건히 지켜나가겠습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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