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

 그 순결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 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 저고리에

 자주빛 끝동을 단다

 

 (시간의 얼굴, 분도출판사, 1989)

 

 새해 들면서 곳곳에 폭설이 쏟아지고 있으나 울산에 사는 우리는 한 겨울을 다 지내도 눈 구경이 쉽지 않다. 이 때쯤에는 눈이 내려야 제격일 듯.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보는 그 순결한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새해 벽두의 감개(感慨)로는 더없지 않겠는가. 지난 일들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기억되고 다가오는 날들은 기대에 차있다. 새해가 되면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희망과 포부를 밝히게 된다. 각오가 굳어도 얼마안가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그 순결한 설렘은 느껴보고 싶다. 강세화 시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