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으로 통영 둘러보기

▲ 달아공원에서 바라본 한려해상수도.
산양일주도로·달아공원 다도해 풍광 한눈에

남망산·해저터널·전혁림미술관 등도 볼거리

본고장에서 즐기는 생굴·굴탕 ‘2만원의 행복’

담벼락 그림 유명 동피랑마을 못들려 아쉬움

울산에 거주하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3명이 지난 6일 주말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어수선한 직장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연차를 내고 여행을 가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당일치기가 가능한 곳, 사진을 찍을 만한 볼거리가 있는 곳, 한끼 정도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등 크게 3가지 기준으로 여행지를 물색했다.

인터넷 검색과 주변인을 상대로 수소문한 결과 다양한 여행지가 추천됐다. 사전에 정한 기준의 적합성 여부에 따라 선별한 결과 전라도 내소사, 경상북도 울진, 경상남도 통영 등이 최종 후보로 남았다. 가까운 경주나 한번 둘러보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예심도 통과하지 못했다.

목요일(5일) 저녁 회합을 가진 이들은 논의 끝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통영을 최종 여행지로 결정했다. 동피랑마을과 해안가 일몰 등 볼거리도 많고, 충무김밥의 원조를 한번 맛보자는 데 공감했다. 무엇보다 드라마 ‘이순신’에 환호했던 이들은 통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 유람선 선착장에서 맛본 생굴.

◇통영까지 제대로 가긴 가는 걸까=이들은 다음날(6일) 오전 9시 울산시청 앞에서 만나 H사의 소형차를 타고 출발했다. 신복로터리 인근에서 3만원어치의 기름을 넣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남해고속도로로 무사히 진입했다.

얼마 후 내비게이션이 서마산IC에서 빠져나가라고 지시하자 차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고속도로를 계속 달려야 하는 데 국도를 타면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물론 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고, 초행길이라 누구도 길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내비게이션을 믿기로 했다.

이들은 국도에 진입한 뒤 통영방향 교통표지판을 따라 달리다 중부고속도로 고성IC로 진입,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한번 들른 것을 포함해 약 3시간이 걸렸다.

◇산양일주도로 따라 미륵도 구경=통영대교를 지나자마자 산양일주도로(24㎞)가 나왔다. 통영대교를 카메라에 담고 10여분정도 달렸을까 오른편으로 크고 작은 섬을 품은 바다가 보였다. 도로 옆에 심어 놓은 동백나무 꽃은 금방이라도 필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달아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다도해 풍경이 제법 볼만했다. 반대방향으로 일주도로를 돌아 저녁 때 왔어야 한다는 불평이 터져나왔다. 다음 코스인 수산과학관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히는 어류를 전시했다고 하는 데 유료입장이라 그냥 되돌아 나왔다.

▲ 통영 전혁림미술관 입구.

배고픔을 참고 전혁림미술관을 찾았다. 전혁림 화백은 우리나라 10대 거장에 드는 화가로 미술관은 전 화백의 작품 80점과 관련 자료 50여점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입장은 무료.

전혁림미술관은 3층 규모로 건물 외벽을 형형색색의 타일로 장식해 멀리서 봐도 범상치 않은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건물 외벽은 전 화백과 그의 아들 전영근씨의 작품 10여점이 그려진 세라믹 아트타일로 장식돼 있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셈이다.

◇생굴 먹고 남망산 조각공원=미술관 인근 미륵도 유람선선착장 안에 있는 대양수산(055·644·4980)에서 굴을 먹었다. 생굴 한접시와 굴탕이 각각 1만원. 생굴을 싱싱했고 굴탕은 시원했다. 공기밥과 같이 먹으니 성인 남성 3명이 먹기에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양이었다.

일주도로를 따라 다시 통영대교로 되돌아 가 해저터널(판데목)을 찾았다. 해저터널은 통영운하를 만들면서 바다 양쪽을 막고, 그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을 만든 동양 최초의 터널이다. 일제때 군수물자 이송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 이들은 해저터널 안에서 바닷속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쉽지만 바닷속을 걷고 있다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빠듯한 일정 탓에 서둘러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문화회관 앞은 조각품으로 만들어진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문화회관 앞은 탁 틔여 중앙시장 앞 항구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어느새 일몰이었다. 붉은 노을이 항구를 온통 휘감아 불타는 듯 했다. 동피랑마을도 못 가보고 결국 해는 저물었다.

▲ 바다 아래를 파서 만든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

■ 여행 후기

△A(35)씨=“통영시민문화회관까지 갔다가 동피랑마을을 못보고 온게 후회된다. 마을 담벼락마다 그림을 그려 놓아 이색적이고 사진찍기도 좋다는 데 일정을 늦게 시작한 것 같다. 빠듯한 시간 안에 통영의 진면목을 즐기려면 반드시 가야할 곳을 미리 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낫다.”

△B(35)씨=“여행비를 절감한다고 먹는 데 인색했던 것 같다. 굴밖에 먹은 것이 없다. 충무김밥과 졸복 등 소문난 먹거리를 놓쳤다. 다음에는 먹거리 위주로 여행계획을 잡을 생각이다.”

△C(34)씨=“기름값과 통행료 등 경비가 10만원도 안들었다. 비교적 싸게 여행을 다녀왔다. 통영 주변 섬에도 다녀오고, 명소를 제대로 즐길려면 최소 1박은 해야할 것 같다.”

■ 여행 Tip

△통영으로 출발 전 통영관광포털(tour.tongyeong.go.kr)을 방문하면 유용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정별 여행코스와 주요 관광지, 교통비와 교통경로, 먹거리 등 각종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 없이 자가용으로 이동할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여행경로를 검색할 수 있다. 통영시 문화예술관광과 055·650·4550.

글·사진=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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