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지식 수준 잣대 ‘수학’

글로벌 학문올림픽 유치 기대

▲ 장선영 울산대 교수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구직 전문 사이트인 커리어캐스트닷컴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미국에서 최고의 직업과 최악의 직업을 각각 10개씩 소개했다. 커리어캐스트닷컴은 200개의 직업을 작업 환경, 수입, 고용전망, 신체조건, 스트레스 등 5개 영역으로 나누어 평가했으며 그 결과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으로 나타났고, 2위가 보험계리사이다. 수학자의 평균 수입은 9만4160달러이고 가장 좋은 직업군 10위에 드는 보험계리사, 통계학자, 소프트웨어엔지니어, 컴퓨터시스템 분석가도 수학을 기초로 하고 있어 미국에서는 ‘잘 살려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돌 두 개와 양 두 마리 사이에 숫자 2의 공통점을 인간이 인식하게 됐을 때부터 인류의 문명이 시작됐다”라고 했다. 즉, 인간이 현실 세계를 자신의 이상 공간 안에서 추상화할 수 있을 때부터 학문과 문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논리성과 합리성을 기초로 하는 수학은 인류 문명과 더불어 줄곧 발달해 왔으며 현재도 한 나라의 수학의 발전 정도가 그 나라의 학문의 수준을 측량할 만큼 수학은 ‘학문의 아버지’의 자리를 지켜왔다.

수학의 이 같은 특성은 모든 학문 분야에 영향을 주었는데 1970년대 IBM이 발표한 20세기 수학의 최대 업적은 촘스키의 언어학, 괴델의 불완전성 논리, 레비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으로 자연과학분야가 아니라 수학을 이용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세종대왕이 실용학문으로서의 수학과 높은 차원 정신적 함양으로서의 수학을 말하면서 수학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근대에 이르서는 이임학 선생이 광복 후 청계천 중고서점의 폐 서적 더미 속에서 미국 수학 잡지를 발견, 그 책 속에서의 미해결된 문제를 풀었고 그것이 미국 수학 잡지에 게재된다. 이를 계기로 이임학 선생이 미국 수학교수의 초청으로 배를 타고 한 달을 걸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마치 열악한 환경에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수학 분야 SCI 게재 논문 수 세계 12위 자리까지 온 우리나라 수학계의 단면과도 같다.

국제수학연맹(IMU)라는 단체에서는 각 나라의 수학 정도를 5등급으로 나누어 표시한다. 5등급이 최상위의 수학등급인데 5등급에 속하는 나라는 OECD국가와 거의 일치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2등급이었다. 실지 2등급 정도의 낙후된 수학이 아니었는데 그 만큼 우리나라 수학계가 국제적 감각이나 자신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2년 전 IMU 사상 처음으로 2등급 상향 조정돼 현재는 4등급이다.

새삼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오는 2014년 수학자올림픽(ICM) 개최를 신청해놓았기 때문이다. ICM은 7000여명의 전 세계 수학자들이 4년 마다 한 자리에 모이는 수학인의 축제이다. 2010년 ICM은 인도에서 개최된다. ICM 개최가 그 나라의 수학뿐만 아니라 학문 전체 위상을 상징하는 중요한 대회이기에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ICM에서는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개회식 전체를 사회를 보았다. ICM에서는 4년마다 40세 미만의 젊은 수학자에게 주는 필즈 메달을 시상한다. 나이 제한이 있고 4년마다 한 번씩 시상하기 때문에 노벨상 보다 더 의미가 있는 상인데, 밀레니엄 문제를 해결하고도 필즈 메달 수상을 거부한 러시아의 수학자 페렐만은 필즈상 수상을 거부한 우여곡절 때문에 더 유명해 지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외에 2014 ICM을 신청한 나라는 브라질과 캐나다이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까지 나서서 ICM유치에 힘을 쏟는데 그만큼 ICM 개최를 그 나라가 학문과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발돋음 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며칠 후이면 IMU회장과 사무총장 등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유치실사를 한다. 지식기반 시대에 기초 과학의 중요성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실사단 방문 때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로 전 세계적인 학문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기를 바란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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