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나는 대곡리 탐방

봄이 문턱에 왔다. 겨울방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등학생 아이들은 봄 방학에 들어가 싱글벙글이다.

가끔 매서운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하지만 창밖으로 비치는 햇볕이 무척 따스해 몸이 근질근질 할 정도다. 이른 봄 바람에 이끌려 기약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의 충동이 바로 이런 것일까.

아이들은 보채기 시작한다. 사진기 하나들고 김밥 만들어서 산과 들로 나가자고 야단이다. 그래도 오랫만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 뭔가 특별한 즐거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금새 고민이 깊어진다.

가벼워진 지갑(?)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큰 돈 들이지 않고 근교 나들이 하면서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기 하나 들고 배낭에 연필과 노트, 김밥을 준비해 아이들 손잡고 문화유산을 더듬어보며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 본다. 목적지는 바로 울산, 나아가 세계적 문화유산인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놓여져 있는 언양 대곡리 일대로 정했다.

반구대암각화로 정한 이유는 또 있다. 지금이 바로 반구대 암각화를 볼 수 있는 적기. 가뭄이 심해 암각화가 완전히 물 밖으로 나와 있어 잘만 하면 교과서 책에서나 봐왔던 암각화를 실제로 볼 수 있는 보너스도 주어지기 때문.

이곳에는 지난해 들어선 암각화전시관을 비롯해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과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등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반구서원에서 암각화까지 걷다보면 영화에서나 본 듯한 장엄한 산수화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드는 자연 속으로 빠져본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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