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지역문화유산 돌아보기
암각화전시관·반구대암각화·천전리각석…
교과서속 선사문화체험 더없이 소중한 시간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울산~언양간 국도를 따라 대곡리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울산의 유적지에 관한 책을 보던 아이가 혼잣말로 내 뱉는다. “언양읍성도 이 근처인가 봐. 보고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핸들을 언양읍성 방면으로 돌렸다. 언양읍 동부리에 위치한 사적 제153호인 언양읍성은 평지에 지어진 사각형의 돌로 쌓은 성으로 말 그대로 하나의 읍을 감싸고 있었다.

현재는 사각형의 반이 없어지고 ‘ㄷ’자형의 돌담만 남아 있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보기에 턱없이 부족하나 성곽에 올라 4개의 대문과 그 안에 동헌과 집, 수로 등이 갖춰져 있었다는 상상만으로 재미를 더해 준다.

“에게 이게 성이야? TV에서는 큰 대문도 있고 그렇던데…” “그럼 옛날 사람들은 이곳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잔거야” 아이의 호기심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연신 웃어댔다.

시간을 보니 10시가 훌쩍 넘어갔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에 대곡리로 향했다.

경주방면으로 내달린지 10분이 채 되기 전에 반구대암각화 이정표가 나왔다. 진입로를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자 암각화전시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평일 낮시간대라 관람객이 거의 없어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즐겼다.

전시관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두개의 국보를 소개하고 국내 암각화연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아이의 손에 이끌려 곧바로 어린이전시관으로 옮겨 입체 영상물 등을 관람하고 전시관을 나왔다. 산과 개울을 보니 마냥 걷고 싶어졌다. 차를 전시관 주차장에 세워둔 채 전시관을 지나 개울을 끼고 조금 내려가자 반구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딴 섬에 외로이 홀로선 서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몇걸음 내 걸었을까 오른편으로 확트인 산과 산 사이에 우뚝 선 암벽, 그 사이를 흐르는 대곡천은 마치 중국의 무릉도원과 흡사할 정도였다.

아이의 시선이 ‘대곡리 공룡발자국 화석’에 머물렀다. 1억년전 백악기 시대 공룡화석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 기회로 넘겼다.

▲ 선사문화체험학교

대나무 숲길을 지나자 드디어 반구대 암각화가 시야에 들어왔다. 암각화 주위에 이르니 가뭄 탓인지 물이 빠져 있었으며 설치된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감상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암각화를 실제로 본 아이는 “고래가 어디있어?” “국보면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거 맞지”라며 망원경을 위 아래로 조정하며 실제 암각화를 찾느라 진땀을 뺐다.

전시관 쪽으로 되 돌아와 반구다리 10여m 전에서 오른쪽 산길을 따라 1.2㎞를 걷자 천전리각석이 나왔다. 시베리아를 제외한 극동지방에서는 한국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이다.

■ 과거로의 시간여행

아이의 보폭에 맞춰 산책길을 걷다보니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로움과 상쾌함이 가슴 속 깊이 밀려든다. 옛 성인들도 이런 마음으로 이 일대를 거닐었겠거니 하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 뒤 반구서원 옆에 설치된 ‘선사문화 체험학교’로 향했다.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선사시대 생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 울산암각화전시관 앞을 흐르는 계곡.

선사시대 복장을 하고 돌도끼로 사냥연습을 한다는 ‘선사인 되어보기’ ‘암각화 그려보기’ ‘문화재발굴체험’ ‘선사시대 불씨만들기’가 바로 그것. 이달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암각화 나들이의 또 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선사인이 되어 그 당시 복장과 장신구를 착용해 보고 선사시대 석기를 이용해 곡물과 채소도 다듬어 보는 이색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 유치원생이나 학생, 특히 가족들이 즐겨하고 있습니다.” 유은해 체험학교 촌장의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호랑이 가죽과 같은 호피를 직접 몸에 걸치고 돌 도끼로 무장한 아이가 산 아래 세워진 학교 주변을 뛰어다니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요즘은 유료지만 각종 민속놀이와 전통 국악기 관람 등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언양까지 온 김에 석남사 일대도 둘러 본 뒤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지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사냥꾼·어부·멧돼지·호랑이·고래·거북 등이 그려져 있는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285호 문화유산이며 언양읍성은 평지에 쌓은 정사각형 성, 토기는 신석기 시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등장했지”라는 아이의 말이 짧지만 알찬 나들이로 느껴졌다.

글·사진=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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