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밭 태화강 웰빙나들이
물고기 뛰어놀고 백로 노니는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
남·중구 지역 태화강둔치 산책로 ‘십리대밭교’로 연결
전망대·십리대밭·삼호대숲 등 산책·나들이 명소 각광

▲ 십리대밭교
남구 무거동에서 남산로를 타고 와와삼거리를 지나 태화강 전망대로 올랐다. 일단 태화강 전망대에 오른 뒤 전망을 보고 어디로 이동할 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태화강 전망대는 차량 진출입이 쉽지 않아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최근 준공된 십리대밭교 인근에 주차하고 걸어오는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망대에 오르면서 이같은 마음의 불편함은 금새 사라졌다. 산업수도 울산의 공업용수 시초였던 태화강 취수장을 개조해 만든 태화강 전망대에 오르니 굽이굽이 길게 이어지는 태화강 물줄기 너머로 전면에 태화대숲이 포근하게 눈에 들어왔다.

대숲 산책로에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또 자전거를 타고 애완견을 데리고 부지런히 걷는 모습이 여유롭다. 하류인 태화교 쪽으로 눈을 돌리자 울산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은 태화강 십리대밭교가 눈에 들어온다. 상류쪽에는 백로서식지인 삼호대숲이 멀리 보인다.

▲ 태화강 십리대밭 옆 산책로는 조깅과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전망대에는 태화강의 자연을 한눈에 알수 있도록 태화강에 서식하는 어류와 조류, 식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안내판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과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의 생태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또 전망대 한켠에는 울산교와 울산역사, 태화강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시가지, 성남동 강변도로 등 울산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사진들이 비교 전시돼 있어 자녀들에게 과거를 들려주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추억에 잠기는 듯 하다.

▲ 십리대밭 전경.
전망대에서 태화교 쪽으로 이동을 하면 영화 속에서 본 듯한 도로 아래로 길에 이어진 공간이 나온다. 올 3월 착공되는 태화강 생태·문화갤러리가 조성될 곳이다. 남산로 교각 안쪽에 자리한 이 공간은 천장이 도로여서 비가 와도 문제가 없다.

길이 800여m에 너비가 5~7m, 높이가 3~7m나 된다. 오는 6월이면 이 곳에 생태갤러리와 문화갤러리, 시민참여갤러리 등이 조성되고 광장도 만들어진다.

이곳을 벗어나니 지난 24일 준공한 태화강 십리대밭교가 눈에 들어온다. 태화강에는 중구 십리대숲을 중심으로 생태공원이, 남구 둔치에 사계절 꽃단지가 각각 조성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쪽을 쉽게 오고 갈 인도교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 태화강 전망대.
십리대밭교는 이러한 중구와 남구의 생태시설을 연결,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이랄 수 있는 태화강과 십리대밭을 관광상품화하는 핵심시설로 가치가 높다.

울산의 특산물 고래와 태화강에 국내 최대 규모로 서식하는 백로를 형상화한 십리대밭교는 그 자체로 멋스러움이 짙게 배어난다. 아름다운 조명 경관이 설치된 십리대밭교의 야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를 받쳐줄 주변 경관이 다소 아쉽다.

전체 길이 120m의 다리를 건너고 있자니 앞서 달려간 꼬마들이 다리 아래를 내려다 보며 물고기다 하고 소리를 친다. 강물을 내려다보니 잉어들이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한때 공업도시 울산의 오염지표이기도 했던 태화강의 변화된 모습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좋아졌다. 태화강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노. 강변에 사는 우리는 진짜 복 받은기다.” 남구 주민인 듯한 두 노부부의 대화 속엔 울산시민으로서의 뿌듯함이 흠씬 묻어났다.

십리대밭교를 건너 중구쪽에 내려 본격적인 대숲 체험에 나섰다. 십리대숲 속 산책로. 들어서니 음기가 서늘하다. 온 몸을 흔들며 바람의 기운을 담아내는 대나무들의 몸통에는 음이온이 푸르게 퍼져내렸다. 안내판에 의하면 음이온의 분포를 조사한 결과 시청 앞 사거리에서는 200~300㏄에 불과했지만 십리대숲에서는 1500~1800㏄를 나타냈다고 한다.

긴 죽림욕 끝에 만난 것은 에코폴리스 울산선언비. 지난 2004년 6월 생태공원 개장 당시 만들어진 이 비는 환경과 자연생태계를 최우선으로 가꾸겠다는 다짐을 바윗글로 써놓은 것이다. 에코폴리스 선언비와 이어진 곳은 오산(鰲山)을 둘러싼 목책. 오산은 예로부터 시인묵객이 자주 찾던 명소. 관어정(觀魚亭)으로도 불렸던 이 곳은 이름 그대로 지금도 물 위를 솟구치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대숲길을 벗어나 우레탄 산책로에 접어드니 강 반대편 쪽에 태화강 전망대와 함께 갤러리 공간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시민들이 영화속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감싸고 도는 아늑한 남산의 모습은 포근함을 더한다.

“목마르다. 배고프다”는 아이들의 등쌀에 태화강 십리대숲 나들이는 이쯤에서 접어야 했다. 하지만 이곳 외에도 태화강 산책로를 걷다보면 불고기단지 앞에 축구장 등 각종 운동장과 운동시설이 들어서 있고 일제시대 때 삼호 일대를 중심가로 만들었던 구삼호교가 최근 데크가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삼호교를 벗어나 조금만 상류쪽으로 가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백로를 모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삼호대숲이 나온다. 미리 공부를 조금 하면 자녀들의 자연 선생 노릇도 어렵지 않을 듯 하다.

글=신형욱기자 shin@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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