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투표하는 결혼이민자여성
2월 결혼이민자여성 유권자 교실 열려
국민 의식 배양 위해 이론·체험학습
선거·정책 설문 통해 관심도 분석도

▲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동화구연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사진은 동화구연가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
헌법 제24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선거권 행사를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지난 2007년 8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방선거에서 권리를 얻게 됐다.

하지만 영주권 취득 후 3년으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이 제한돼 있고 결혼이민자여성들은 언어 미숙으로 인한 정보 부족 등으로 선거권을 포기하거나 남편의 의견에 따르기 쉽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 ▲동구선관위의 도움을 받아 터치스크린방식의 전자투표를 체험하고 있는 결혼이민자여성들.
이에 따라 (사)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 울산시지부(지부장 이복희·이하 의사들)는 올 한해 ‘올바른 참정권, 우리도 유권자!’라는 주제로 결혼이민자여성 유권자 운동을 벌인다.

△진정한 한국인이 된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한국여성재단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선거의 중요성을 알리는 유권자운동을 펼친다.

유권자운동은 크게 이론 위주의 찾아가는 결혼이민자여성 유권자교실과 구청과 시의회 등을 둘러보는 지방자치 체험탐방으로 나뉜다.

최근 지역내 결혼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선거권을 갖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의 선거문화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교육이 전무하기 때문에 의사들 울산시지부가 실시하고 있는 사업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을 대상으로 유권자교육을 실시한 뒤 정책 욕구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도 벌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지원이 한글교육 등에 많이 치중돼 왔던 것에 반해 선거교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결혼이민자여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복희 지부장은 “최근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우리 역시 단체의 특성을 살린 사업을 벌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특히 내년에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라 적절한 시기에 교육을 펼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동시에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 지부장은 “막연하게 ‘선거는 중요합니다’라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론과 함께 체험학습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결혼이민자여성들에게 이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교육이 될 것이고 국민으로서 참여의식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여성정치인력양성 등에까지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참여 범위를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보고 듣고 누르는 대한민국 선거체험!

지난 2월26일 동구 일산동 CK치과병원 대강당에서 의사들 울산시지부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결혼이민자여성 유권자교실’이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CK치과병원 대강당은 아이를 등에 업고 친구들의 손을 잡은 40여명의 동구지역 결혼이민자여성으로 가득 찼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이복희 의사들 울산시지부장과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인숙 회장, 동구지역 기초의원 등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여성들이 갖게 될 선거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한 유권자교실은 두 편의 동화구연과 동구선관위의 협조 아래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 체험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결혼이민자여성들 중 한글을 잘 모르거나 이해 정도가 부족한 이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하기 쉬운 동화구연이라는 교육법을 선택했다.

이날 40여명의 결혼이민자여성들은 동화구연가가 들려주는 ‘누가 숲속의 왕이 될까요’와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두 편의 선거 동화를 관람했다.

동화구연가는 힘으로 왕이 되려는 곰과 잔꾀로 왕이 되려는 여우,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토끼가 나오는 ‘누가 숲속의 왕이 될까요’라는 동화를 이야기한 뒤 선거권을 행사할 때 어떤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동화 속에 등장하는 사자와 연어 등의 인형과 어우러진 동화구연가의 맛깔나는 이야기에 결혼이민자여성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동화에 집중했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화구연 내용이 담긴 동화책 2권을 결혼이민자여성들에게 나눠줘 집에서도 틈틈이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동화구연이 끝나고 동구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은 선관위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줄을 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전자투표라는 흔하지 않은 체험이라 그런지 결혼이민자여성들 눈에서 호기심이 가득 묻어났다.

한국에 산지 9년이 넘은 결혼이민자여성인 허진희(34)씨는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투표를 한 적이 있는데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방식은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다”며 “동화구연 역시 재밌었고 동화책까지 받았으니 두고 두고 볼 생각”이라고 교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이날 유권자교실을 시작으로 나머지 구·군에서도 교육을 펼칠 예정이다.

△결혼이민자여성은 바란다!

찾아가는 결혼이민자여성 유권자교실은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로 마무리된다.

의사들 울산시지부는 선거에 대한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살피고 이들이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인다. 한국말이 익숙치 않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은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어가며 몇몇 질문에 정성껏 답했다.

이날 동구지역 결혼이민자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역 정치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총 29명 중 3명에 불과해 아직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2010년 지방선거 투표 여부에 대해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이가 11명, ‘바쁜 일이 없으면 하겠다’가 1명, ‘투표하지 않겠다’가 2명, ‘모르겠다’가 5명으로 나왔다.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선거와 투표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고 선거를 어려운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선거와 정치 관련 정보 제공 등 지속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