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속 봄"의 향기로 가득한 식사자리에 초대 받았다. 계절을 잊은 상큼한 달래가 입맛을 돋운다. 그런데 입맛을 다시기도 전에 회중은 인사얘기로 접어든다. "봄의 전령"에 잠시 혼이 나가 작금이 인사철인 것을 깜빡한듯해 머쓱했다.

 바야흐로 인사바람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국가요직은 물론 기업의 핵심인사 명단이 줄줄이 발표되고 언론은 연일 이들의 얼굴과 프로필을 소개하고 있다. 울산의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중으로 울산시 간부급 승진인사와 하위직 전보인사가 줄줄이 예고돼 있고 경찰도 승진인사에 이어 대대적인 전보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울산시의 경우는 직제개편으로 인한 자리메우기와 보직이동을 서둘러야 할 형편이고 공로연수, 명예퇴임 등에 대한 후속인사도 마련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승진이나 전보 규모에 모두들 촉각이 곤두서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자리에 가나 인사얘기가 화두다. 특히 호사가들에겐 인사얘기만큼 재미난 "먹이감"이 없는듯하다. 벌써 여기저기 잡음도 새 나오고 자치단체간 힘겨루기 양상도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입방아"에서 그치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져 암암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학연 지연 등 연고를 찾아 줄대기 등 구태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새시대 새바람"을 얘기하면서도 인사관련부서에 "문의"를 핑계로 전화를 내 은근히 청탁을 하는가 하면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실력자" 찾기에 바쁘다. 인사권자들도 이들의 의견을 아예 무시할만큼 사회구조와 조직에 자유롭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이것 저것 감안해 나름데로 기준을 내세워보지만 예외가 생기다 보니 결국 편중인사니 특혜인사니 하는 말을 듣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하루아침에 특혜인사로 실세에 올라선 이들의 "거들먹거림"이나 "권력 즐기기"다. 이들은 의무감이나 사명감보다는 권리만 내세우고 있어 꼴불견이지만 일반인들은 대응할 힘이 없으니 속만 끓는다. 그러다가 특혜인사들이 청탁 등의 비리에 연루돼 쇠고랑을 차는 사례를 보면서 가끔씩 위안을 받기도 한다.

 지난 6일 김상봉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주요 지휘관들을 소집해 가진 새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인사청탁을 하지마라"며 공개적으로 강도높은 주문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얼마전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지역의 치안 책임자가 인사청탁에 과감히 대응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청장은 "인사청탁을 하거나, 받는 경찰관이 있어서는 안되며 지휘관들은 어떠한 인사청탁에도 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찰관들의 승진과 관련한 청탁에 처벌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례로 비춰볼 때 이것이 단지 엄포용으로 끝날지 아니면 실행으로 이어져 인사에 반영될 지는 추후 인사명단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성과를 떠나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청탁의 빌미를 없애기 위해 최근 울주군공직협과 엄창섭 울주군수가 향후 인사에서의 다면평가제 도입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정권인수위에서 강조했듯이 흔히 "360도 평가제"라고도 불리는 다면평가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 평가를 위해 상사는 물론 동료, 부하, 민원인 등으로부터 다각적인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파워게임" 등 "일방적인 선택"에서 파생되는 폐단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해 봄직하다. 하지만 적용 방법상의 문제라든가 "창의력이 있고 톡톡튀는 인재"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어 어느정도 시행착오는 거쳐야 할 것이다.

 결국 인사는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데 귀착된다. 신상필벌, 적재적소 원칙이 그것이다. 그래야만 리더십이 살아나고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인사의 내용과 절차가 공명정대하고 투명해야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사의 생명은 신뢰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사에는 "봄의 전령"처럼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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