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산비탈, 녹차밭 대변신

▲ 울산시 중구 태화동 인근 야산에 조성된 3만여㎡의 차밭 고랑고랑마다 새싹인 순두가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차(茶)밭에 봄이 왔다.

맹렬한 기운으로 남에서 올라 온 봄기운은 모든 것을 무장해제시킨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스르르 빗장을 푸는 것처럼 고랑고랑 이어진 차나무에도 손톱만한 새순이 보드라운 속살을 내밀고 있다.

물오른 연두빛이 얼마나 고운지 다칠세라 함부로 손내밀지 못한다.

눈앞에 두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도 혀 밑에는 어느 새 푸른 물이 고인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푸르름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이맘때 차밭에는 봄의 전령이 아예 터를 잡고 살기 때문이다.

새벽녘 안개와 차가운 이슬이, 봄볕에 데워진 훈기와 아지랑이가 전령의 부름을 받고 하루 해가 멀다하고 번갈아 찾아든다. 그들의 몫은 뾰족한 순두를 어르고 달래는 일, 말린 이파리를 살포시 펴주는 일.

차밭의 봄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 멀리 남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동하는 봄녘 차밭의 풍경은 이제 더이상 보성이나 하동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울산의 차밭에서도 생명의 싹을 틔우는 새순들의 향연이 시작됐다. 공장 가득한 이 도시에도 곳곳에 숨은 듯이 차밭이 자리한다. 신라시대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중구 다운동, 태화동, 울주군 온양과 청량 등에도 차밭이 조성돼 있다.

그 중 중구 태화동 산기슭에 있는 차밭은 조금 더 특별하다. 수차례의 화마가 할퀴고 간 황무지가 수년 여에 걸쳐 1만여평 규모의 차밭으로 변모했다. 명맥이 끊어진 울산차(茶)를 다시금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곁들여져 있다.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차밭의 향연, 그 곳으로 떠나본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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