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도매시장서 만난 봄

따사로운 오후 햇살에서, 싱긋한 풀냄새에서, 귓등을 스치는 바람에서 알 수 있다. 찬란한 봄이다.

저녁에는 살짝 덥기까지 하고, 저녁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봄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면, 이유는 뭘까?

꽃은 피고, 날씨는 평화롭다. 어디론가 바람이나 한 번 쐬러 가야하는데,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기름값은 부담스럽고, 지갑은 여전히 가볍고, 작아진 마음은 그보다 더 여유가 없다. 문득 조급증이 든다. “이러다 봄날 다 지나가는 거 아냐?”

이 쯤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제안을 던진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가보자. 뜬금없는 제안일 수 있겠다. 가까이 있고 자주 찾던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가라니.

하지만 이 시장은 비단 경매와 도매 거래만 이뤄지는 곳이 아니다. 좁은 의자에 모르는 사람과 등 맞대고 앉아 소주잔 기울이는 재미가 쏠쏠하고, 푸짐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도다리를 비롯해 제철 만난 생선과 나물도 맛보자.

이번 주말은 비소식도 들린다. 추적이는 봄비 소리 들으면서 농수산물시장에 봄 구경 가자.

글=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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