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해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축제의 해였다.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37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부산 아시안 게임도 훌륭하게 마쳤다. 온통 붉은 색으로 나라를 뒤 덮은 하나된 국민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월드컵 4강의 신화도 이뤄냈다.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을 그 어느 대회보다 안전하게 치러내 우리의 국력을 인정받은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내부의 안전문제는 여전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교통사고와 산업재해로 매년 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피해액도 15조원을 넘고 있다. 가스폭발, 대형화재, 건물과 다리 붕괴 등의 대형 참사 역시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초래했다. 또 크고 작은 사고에는 항상 안전의식 부재와 안전불감증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각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삶은 하나뿐인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사고 위험으로부터 방치된 가운데 빨리빨리, 적당히, 대충대충 하는 풍토와 관행이 오늘의 중병인 안전불감증과 재해왕국 이라는 오명을 만들게 했다. 안전의식 부재와 안전불감증의 1차적인 책임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져야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 불가능 할 것이다. 안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를 보면 한결같이 국민 모두에게 안전의식이 깊이 자리하고 있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체계적인 안전교육으로 안전의식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교통사고는 크게 감소하는 반면 97년부터 계속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1년에 2천명, 2002년에도 1천명 이상 감소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획기적인 일이다. 이처럼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의 강력한 의지와 시민단체들의 왕성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의 결과라 하겠다. 반면 늘어나는 산업재해는 97년 IMF구제 금융여파로 인해 기업 활동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 조치법 발효 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1년 한해동안 산업현장에서 8만1천434명의 재해자가 발생하여 2000년 대비 18.1%가 증가하였고 그중 사망자는2천748명으로 8.7%나 증가하였다. 기업은 안전에 투자를 기피하고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당장의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하는 가운데 행정기관은 전문성 부족과 예산의 우선순위에 밀려 늘어나는 재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울산발전연구원의 시민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답한 시민 70%가 화재폭발과 유독물질 누출에 대해 염려하고 있어 시민들도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울산이 전국 최대 위험 지역임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공단은 타지역과 달리 주거지역과 인접해 있어 위험은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며 산업도시에 맞는 시민안전의식도 요구된다. 또한 교통사고 산업재해를 줄이고 가스폭발 대형화재 건물과 다리 붕괴 등 대형참사를 줄이는 것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하겠다.

 각종재난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안전정책에 대한 보다 강력한 의지 표명과 안전분야 공무원을 별도로 채용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조직의 직렬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전분야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재해예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을 재조명하여야 한다. 또한 사회전반에 안전문화운동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다시 말해 조직과 예산확보,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 시민참여 사회분위기 조성 등 제도가 시스템화로 이어져야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상생활에서 만연되어 있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는 적당주의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계미년 새해에는 양처럼 순박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고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대형참사가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며 새로운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인 참여복지와 삶의질 향상에 큰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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