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선거의 해였다. 6·13 지방자치 선거, 12·19 대통령선거 등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 오고갔다. 이제 막 선출된 대통령 당선자는 아직 인수 단계지만, 지방자치 선거는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그들을 선택했던 우리의 바람과 그들의 활동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지난 7개월 간의 의정활동 모니터를 통해서 우리의 대표들이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초선 의원은 나름대로의 신선한 시각으로 집행부를 견제했으며, 재선 의원은 중진의원 노하우를 가지고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런 활기찬 의정활동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사전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 주었으면 한다. 집행부의 그 많은 업무를 일일이 파악하여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정활동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의 한계성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의원 개인이 더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시간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해부족에 의한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동료 의원들에게도 누가 될 따름이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느라 정작 의회 역할인 견제나 대안 제시, 수정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 질의하기보다는 회의 전에 그룹 스타디를 통해 질의의 조율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다음으로, 질의하는 데 있어 데이터 사용에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어제 저녁 모임에서""라든가 "본 의원이 지나다니면서 보니까""라든가 "본 의원 눈에는""라는 추상적인 데이터로 의정 활동에 임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가 없다. 적어도 정확한 수치나 기록을 근거로 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의정활동에 임했으면 한다.

 용어 선정에 있어서도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의회는 친목단체가 아니다. 회의석상에 적합한 용어를 선택해야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의회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세금관리 즉, 돈 관리라 할 수 있다. 의회는 예산을 편성하고 편성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었는지 감시, 감사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만일 개인의 돈이 지출될 경우 사전에 철저히 알아보고 필요성과 타당성을 따져보고 현장 답사가 필요하다면 몇번이라도 서슴치 않는다. 의원들도 세금을 대할 때 이랬으면 좋겠다. 아니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개인 돈을 지출 할 때보다 더 철저히 지독하게 따져보고 살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의회의 기능과 위상 제고에 의원들이 앞장섰으면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의회를 집행부의 부속기관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참 안타깝다.

 모든 의원들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 금배지의 의미와 무게를 한해를 시작하는 1월에 다시 한번 더 짚어봤으면 한다. 비록 3.75g의 순금 한돈이지만 그 작은 금 무궁화에는 일백만 울산 시민의 기대가 실려있다.

 시민들은 의원들에게 한 분야에 일생을 바친 전문가의 지식을 원하지도, 무엇이든지 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 의원을 원하지도 않는다. 단지 우리의 대표로서, 우리의 대리인으로서, 우리의 편에서 일해주길 바랄 뿐이다.

 지난 7개월간의 뜨거운 의정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그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주민들 앞에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소리치던 그 마음 그대로 올 한해도 의정에 임해 주었으면 한다. 지난 6·13선거에서 우리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느끼고 싶고, 의회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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