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연초록의 가로수 향이 신선함을 더하는 이른 아침 등교시간.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초면인 나에게 “안녕하세요!”하며 해맑은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순박한 어린 아이들과 즐겁게 인사를 나누기는 오래만인 것 같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모두의 마음에 사랑의 꽃이 핀다.

옥동에 위치한 ㅇ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녀석을 둔 덕분으로 학교 앞 큰 도로변 횡단보도에서 이틀 동안 교통지도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이른 시간이라 서둘러 현장에 도착해 신호에 맞추어 깃발을 들고 내리며 서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교통지도에 임했다.

처음에 5학년이라는 한 남자 아이가 먼저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건넬 때는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나도 큰소리로 “안녕, 힘들지”하며 자연스레 답례를 하고, 다음부터는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큰소리로 인사를 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빙그레 웃으며 “안녕하세요!”가 이어진다.

모두의 가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신호등에 맞추어 정지된 차안의 사람들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어른들 또한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 지나가고, 한 젊은 외국인도 “굿모닝”이라 인사한다.

초면인 교감선생님이 출근 중에 다가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예를 표한다. 그날 오후엔 학교에서 교통 지도에 참여한 부모님들의 휴대폰에 ‘바쁜 시간에 교통지도를 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 모두가 다 등교하고 교통지도를 철수할 쯤, 한 젊은 여자 분이 마치 구면인 것처럼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누구 누구의 할아버님이시지요?”하며 반긴다. 그것도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말이다.

담임선생님이란 직감이 맞았다. 직접 현장에 까지 나와서 예를 갖추니 송구스럽다. 학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학교 교육이 지속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신 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을 믿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시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교육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시민, 사회가 함께 동참하고 고민해야만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봉사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한 작은 교통지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각본 없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정말 오랜만에 사람 사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해서인지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많은 사랑만 받아오고, 베푸는 데는 어설프지 않았는지 하는 자책도 하게 한다. 이제 주위의 모두에게 더 많이 감사하며 사랑해야지.

집에 돌아와 보니 휴대폰에 두 분의 지인에게서 “선생님 건강하시죠. 봉사하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언제 차라도 한잔해요”라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순박한 아이들처럼 해맑은 미소로 먼저 “안녕하세요!”가 맑은 마음, 맑은 공기처럼 퍼져 나가 모두의 가슴을 훈훈하게 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힘들어 하는 모두에게 먼저 손 내밀고 소통하여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명 아이들은 우리의 거울이며 스승이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여러분! 모두 “안녕하세요!”

이동웅 전 울산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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