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수변공원~신선산~울산대공원~문수국제양궁장
~삼호산~남산~태화강 둔치 ‘24㎞ 도심 순환산책로’
산·공원·강 잇는 ‘도심속 허파’ 시민 휴식공간으로

‘우리 사람이란 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칠정(五慾七情)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신록예찬’의 작가 이양하는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람의 치부 역시 정확히 짚어냈다.

잘난 척하고 아닌 척 해봐도 이양하의 지적에서 자유로운 사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 사이를 잠시 떠나고 싶다면? 이양하가 그 답도 제시했다.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 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다.’

▲ 솔마루길을 산책하는 가족.

도심산책로 솔마루길이 문을 활짝 열었다. 솔마루길은 선암댐 수변공원~신선산~울산대공원~문수국제양궁장~삼호산~남산~태화강 둔치 24㎞를 잇는 순환산책로다.

울산 도심의 산과 공원, 강을 연결하는 생태산책로다.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던 숲이, 이제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소중한 길을 내놓았다.

4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 도시의 숲에 안겨보려고 솔마루길을 찾았다. 출발지는 선암댐 수변공원.

선암저수지가 주는 오롯한 평화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적막한 숲길이 시작된다. 시원한 전망에서 갑자기 숲 향기 풍기는 산길이다.

▲ 남산에서 내려다 본 태화강.
넓지 않은 산책로는 이제부터 장장 24㎞나 이어진다. 울산 도심 곳곳을 혈관처럼 잇는다. 대장정의 시작이다.

산책을 시작하자마자 길이 60m짜리 구름다리와 나무데크가 깔린 ‘연인의 길’이 나온다. 산책 편의를 위한 시설물이다. 산책 중에 이 같은 구조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거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솔마루길은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도심 숲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산책로’라는 점을 명심하자.

느린 걸음으로 10여분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때 오르막길을 선택하면 신선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높이 10여m짜리 전통 팔각정자 ‘신선정’에서는 선암댐 수변공원을 비롯해 수암동과 신정4동 일원을 조망할 수 있다.

야생화를 심어 놓은 ‘유화원(遊花園)’과 산림욕장인 ‘명상의 장’을 거쳐 아래로 내려오면, 수암동 롯데캐슬아파트 옆 도로로 내려서야 한다.

산책로는 여기서 끝인가? 도심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도로망이다. 잠깐 도로변을 걷는 수고는 감수하자. 햇빛을 가려줄 넝쿨지붕도 조성 중이다. 곧 솔마루다리가 나온다.

솔마루다리는 두왕로를 넘어 다시 숲길로 인도한다. 무신경하게 지나던 두왕로 위에서, 바쁘게 오가는 차들을 내려 보며 아둥바둥했던 생활을 잠시 반성하면서, 이제 울산대공원쪽으로 접어든다.

상수리나무가 내뿜는 음이온과 산새 소리를 누리며, 소박한 야생화와 푸드득 날아오르는 꿩까지 구경하며 걷다보면 울산대공원과 공업탑로터리 주변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팔각정이 있다.

가족들이 잠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음수대, 화장실 등도 마련돼 있다. 특히 이 구간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잘 보존돼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오르막이 지겨울 즈음 내리막이 나오고, 내리막이 힘들 즈음 만만한 평지가 이어진다. 힘들면 울산대공원 충혼탑으로 내려가도 좋고, 더 가면 문수국제양궁장 진입로까지 갈 수 있다.

다시 한번 도로변으로 내려서서, 문수로를 건너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쪽으로 가면 삼호산과 남산으로 들어서는 코스가 시작된다. 가장 나중에 조성된 삼호산~태화강 둔치 구간에서는 솔마루길의 또 하나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산책 중간중간에 비치는 태화강은 자체로 그림이다.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남산전망대, 삼호정, 군월정에서 잠시 쉬면된다. 군월정을 지나 소나무 숲 사이를 잠시 걷다보면 크로바아파트 옆, 산책로의 끝이 나온다.

3시간30분 동안의 여행. 그다지 힘들지도, 지겹지도 않았다. 울산의 자연을 좀 더 누리고 싶다면 십리대밭교가 서있는 태화강 둔치로 내려서자.

솔마루길은 공원과 공원을, 산길과 강변길을, 자연과 자연을 아주 절묘하게 연결하고 있다.

글=허광무기자 ajtwls@ /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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