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일어나 별을 봅니다

 

 별도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봅니다

 

 늘그막에 ‘그대’라고 불러보고 싶은 사람

 

 지금 어딘가에서 나처럼 저 별을 마주보고 있을까. 한때는 꿈이었을, 눈물이었을 막연한 그리움이었을 저 수많은 별자리들.

 

 어느새 자동이체 공과금 인출해 내듯 내 삶의 통장에서 하나둘 빠져 나가고, 길 잃은 어둠. 고요의 발자국 소리 유난히도 큰 낡은 슬래브 지붕아래 1m 65cm 67kg의 미이라 같은 육신이 비 맞은 볏단 마냥 쓸쓸히 누워 있습니다.

 

 그대와 나, 기다림에 지치고, 사는 일에 너무 지치고, 맘 기댈 별자리 하나 찾기 힘들어도 우리가 왜 사는가를 어둠 다음 역에서 만날 새벽은 확실한 해답을 주겠지요.

나이 들면 공연히 쓸쓸해지고 외로워지고 노여워지는 일들이 많은가 보다. 젊었던 날의 꿈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 한밤중에 하릴없이 별을 쳐다보는 일도 잦아지려나. 물끄러미 별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내가 별을 보는지 별이 나를 보는 건지. 그러다가 문득 가슴 한켠에 숨겨두고 부끄럼이 덜해지면 그때 가서 한번쯤 불러보고 싶었던 사람도 생각이 나겠지. 다 떠나고 사랑도 영광도 권세도 남아있지 않은 몸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추억뿐인가. 꿈이거나 눈물이거나 막연한 그리움이었을지라도 지치고 힘들 때 별자리를 찾아 기대고 싶은 마음은 희망이 아닌가. 강세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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