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에 따라 개선할 수 있어

태어나면서 얻는 사주팔자

▲ 최장춘 명리학연구가
타고난 팔자를 고칠 수 있는가. 이미 정해진 것이 운명이라면 그 운명은 바꿀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운명에 대한 고민을 하다보면 생각나는 글귀가 있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정해져 있고 부(富)하고 귀(貴)한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

“사주팔자에 이미 다 정해진 것이니 따지고 보면 다 운명에 의한 것이지 사람의 재능에 의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이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괜히 바쁘게 군다.”

명심보감 순명편 앞부분에 있는 글들이다. 사실 ‘팔자를 고친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운명은 팔자고, 팔자는 사주이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사주는 바꿀 수 없다.

인간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이 무위로 끝나거나 한계를 느낄 때 우리는 운명론적인 회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이든 아니든 노력여하에 따라 삶의 질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명은 완전히 바꿀 수는 없더라도 개선은 가능한 것이 아닌가. 위에 인용한 글들도 과욕이나 몰염치에 대한 감계적인 개념의 격담이지 팔자타령만 하고 있으란 말은 아닐 것이다.

운명을 개선하는 것을 개운(改運)이라고 하고 그 개운하는 방법으로 개운육법(改運六法)이라는 것이 있다.

그 첫째는 적덕법(積德法)이다. 남을 위한 선행과 은혜로 덕을 쌓는 것이다. 둘째는 기도법이다. 기도에는 참회법과 명상법이 있다. 깊은 고뇌와 뉘우침이 없는 기도는 무의미하다. 셋째는 인연법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 그 대상이 스승이거나 배우자 일 때는 더하다. 넷째 독서법이다. 어리석음을 면하고 지혜를 얻는 데는 독서가 제일이다. 다섯째 개명법이다. 이름은 나를 표상화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 이름은 좋게 고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풍수법이다. 조상묘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가 중요하다. 이상 여섯 가지 개운법 중에서 가장 으뜸은 적덕법이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인사와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 안동의 화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삼대적선에 삼년적덕으로 얻은 터다. 삼대하고도 삼년을 국수를 삶고 짚신을 삼아 지나가는 과객과 인근주민에게 베푼 덕으로 화회에 터를 잡을 수 있었고 터의 지기감응과 계속된 적선의 덕으로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 형제를 낳아 거가대족을 이루었다. 그 이후 오백년 가까이 영광을 누리고 있고 또 앞으로도 길이 이어질 것이다. 풍산 류씨의 유구한 영광은 백년적덕으로 이루었다지만 우리네 작은 소망은 당대적덕으로도 가능하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 했다.

어떤 사람이 석가모니에게 물었다.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고 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팔자를 고칠 수 있습니까?” “베풀어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거지주제에 어떻게 베풀 수가 있습니까?” “돈이 없어도 베풀 수가 있는 일곱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 온화한 얼굴과 기뻐하는 표정으로 남을 대할 것이며(화안시 和顔施), 둘째 친절하고 고운 말씨로 남을 대할 것이며(언사시 言辭施), 셋째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남을 대할 것이고(심시 心施), 넷째 호의적인 눈빛으로 남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안시 眼施). 다섯째는 남을 위해 수고하여 봉사할 것이며(신시 身施), 여섯째 지친 사람에게 앉을 자리를 양보하여 배려하라(상좌시 床座施), 그리고 일곱째는 잠자리가 없는 자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방사시 房舍施). 이것이 무재칠시(無財七施)니라.”

베풀지 않는 기도는 탐욕일 뿐이다. 탐욕으로는 신을 감응시킬 수 없다. 가진 것을 움켜쥐고 남에게 모난 소리 잘 하는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도 남에게 못 줘서 미안하고 말 한 마디라도 고맙게 하는 사람은 반드시 좋을 날이 있을 것이다.

최장춘 명리학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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