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결혼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자
자녀양육 등 가정에 소홀해질까 우려
남편·시댁 가족, 사회생활에 부정적
적은 보수 노리는 고용 행태도 개선을
한국문화 적응 위한 취업지원 꼭 필요

▲ 최근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리, 다문화강사 양성 등 다양한 취·창업 지원 교육이 열리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땀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사무엘 스마일즈가 한 말이다.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기 위해 직업을 가지려는 것은 오늘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들도 늘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일본, 중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여성이 일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제약이 없기도 하다.

결혼이민자들의 원활한 한국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한글교육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문화체험,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취업 또는 창업을 지원하는 교육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을 위한 취업 지원 현황과 취업 및 창업 도전기를 살펴본다.

△우리도 취업하고 싶어요!

결혼이민자여성 중 취업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거의 대부분의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취업하기를 원해 오히려 취업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꼽는게 더 쉬울 정도이다. 특히 결혼이민자여성들은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난 뒤에라도 일을 하기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하길 원한다.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미화 팀장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이 한글교육을 받는 것은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취업을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울산에서도 몇몇 사회복지시설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 및 창업을 돕기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취·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기본소양 교육 프로그램부터 네일아트, 컴퓨터, 운전면허,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프로그램의 정원이 제한돼 있지만 희망자는 넘쳐나고 있어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 욕구를 알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 정원은 10명인데 40명이 신청했다. 또 소규모로 창업이 가능한 네일아트의 경우 30명을 모집했는데 80명이 몰렸다.

취·창업 기초소양 프로그램도 60명 모집에 80명이 신청했으며 예절 및 이미지메이킹도 50명 모집에 80명이 신청했다.

또 이달부터 실시될 예정인 폐백·이바지음식, 의장제작, 한식·양식, 일식·복어, 베이커리 실무 등 취업반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신청자가 많지는 않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편견은 No! 관심은 Yes!

취업에 대한 결혼이민자들의 욕구는 강하지만 남편이나 시댁 가족, 고용주들은 염려하는 부분이 많다.

먼저 남편이나 시댁 가족들의 경우 결혼이민자여성이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자녀 양육과 가정에 소홀해 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기도 한다.

이 팀장은 “아이 양육이나 부부 사이 등은 생각하지도 않고 한국에 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가정이 깨질까봐 걱정한다”며 “일을 하더라도 한국생활에 충분히 익숙해 진 뒤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남편의 경우 결혼이민자여성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서툴기 때문에 사회활동보다는 아이 양육에 집중해 주길 원한다.

남편들은 결혼이민자여성이 한국의 양육방식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교육관을 주입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결혼이민자여성들은 더 쫓기는 기분이 들어 양육에서 한 발 물러나 취업 등을 탈출구로 삼으려 하기도 한다.

또 남편과 시댁 가족들은 결혼이민자여성이 한국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 생활 관련 잘못된 정보를 듣고 혹시나 탈선할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고용주의 경우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직종이라면 선호하지만 월급을 적게 주려고 취업시키는 경향도 있어 이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

또 4대보험을 들으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 섣불리 나서지 않는 점도 있다.

이처럼 결혼이민자여성들의 취업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도 많지만 처음부터 안 된다는 편견보다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몇 년 후에 일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지자체와 기업에서도 취업을 원하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미화 팀장

“취업 희망 결혼이민자에 다문화강사 적극 추천해”

대부분 나이 어려 취업 욕구 높은 편

한국·고향 가족경제 도움 되길 원해

모국 문화 알리는 일 잘 소화해 낼 듯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미화 팀장은 취업에 대한 욕구는 우리나라 젊은 층이나 결혼이민자여성들이나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나라나 문화가 달라도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개인적 욕구는 같다”며 “결혼이민자여성들의 나이가 대부분 어리고 남편과도 평균 10살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의 젊은층보다 직업 등에 대한 욕구가 더 크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이 팀장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기를 희망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다문화가정 중에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남편이 벌어오는 돈만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불안해 일을 하려는 여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결혼이민자여성들이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국에서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면 이같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일을 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한국에서 또래 여성들이 일을 하는 것을 자연스레 볼 수 있다는 점도 결혼이민자들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면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좋을까?

이 팀장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취업하기 좋은 분야로 다문화강사를 1순위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제 다문화가 정착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강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결혼이민자여성의 경우 자기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과 교재 및 교구 연구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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