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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0주년특집종합
[창간20주년특집]‘문패조각’이 ‘시각공해’ 돼서야…■ 건축물 미술장식품 이대로 좋은가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에 미술장식품 설치 의무화
울산지역도 2009년 5월까지 262개 작품 설치 확정
엇비슷한 작품 대부분…특색있는 장식기능 못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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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15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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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건축물에 설치하는 미술 장식품은 도심의 삭막한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많은 미술 장식품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미술 장식품 제도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된 채 상당수 장식품들은 ‘도심의 쓰레기, 공해물’로 전락했다. 도심의 아름다운 조각 예술품이 되어야할 미술 장식품이 왜 이런 오명을 쓰게 됐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고, 도시의 디자인 및 경관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점검해 본다.



1996년 4월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12조 1항에 따르면 주차장·기계식·전기실·변전실·발전실 및 공조실 면적을 제외하고 연면적 1만㎡이상의 공동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신·증축할 때는 최소 0.5%에서 최고 0.7%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회화·조각 등 미술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프랑스의 1%법’을 벤치마킹한 이 법을 토대로 울산지역에도 2003년 12월까지 102개의 작품이 설치된 것을 비롯해 2004년 18개, 2005년 27개, 2006년 35개, 2007년 41개, 2008년 34개, 2009년 5월 현재 5개 등 모두 262개의 미술장식품이 설치 또는 설치 예정으로 있다.

   
260여점이 넘는 많은 수의 미술장식품이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도심 곳곳에 세워져 일상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아직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떨쳐내지 못한다.

바로 울산에 설치된 미술장식품이 문화 수준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색있는 작품은 고사하고 비슷비슷한 작품이 시내 곳곳에 설치돼 미적 가치 재고나 시민을 위한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하기는 커녕 ‘시각 공해’ ‘도심의 쓰레기’를 유발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것이다.

   
미술인들 조차도 지금이야말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미술장식품의 본질이 곡해된 채 대표적인 미술계의 골칫거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게 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역 미술인 A씨는 “작가가 나름대로 열의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겠지만 도매급으로 ‘도시의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는 그 이유가 있다”면서 “다양한 작품이 거리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 몇 명의 비슷한 풍의 작품이 도심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5월 현재 울산에 설치 또는 심의를 통과한 미술장식품은 이희석씨 35점, 이성희씨 16점, 정기홍씨 10점, 양희성·유형택·임미진씨 각 7점, 양세훈씨 6점, 김유석·이상호·정욱장씨 5점 등 한 사람이 5점 이상을 설치한 경우가 10명에 달한다.

변화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는 미술장식품에 많은 돈이 흐른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미술장식품 시장에는 전국적으로 한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가고 있다. 돈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창작자들 보다 전문적인 ‘꾼’이 득세해 미술장식품 선정 권한이 있는 건축주와 결탁하고 설치하는 다양한 비리를 저지르게 되다.

‘문제 거리를 남기지 않기 위해 명의를 빌린 후 자신의 작품을 여러개로 나눠 출품해 어느 하나가 선정되더라도 관계없이 이익이 돌아 오도록 하는 방법’ ‘타인의 것을 슬쩍 모방해 마치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도록 하는 방법’ ‘독과점을 보장하고 원만하게 수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리베이트’ 등 비리를 저지르는 방법도 이미 미술계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지역 미술인 B씨는 “설사 누군가 투명한 절차에 의해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더라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최근에야 심사위원 풀(pool)제를 통해 선정위원이 교체돼 그나마 다행이지만 선정위원회도 사후심의라 도시미관 기여도나 건축물과 도시환경의 조화를 따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물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전환하고 전국적인 공공미술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미술장식 심의 과정을 지원, 감리한다는 방침을 만들었다. 그 내용 속에는 건축주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거둔 뒤 이를 기금으로 만들어 작가를 선정해 적재적소에 작품을 배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와 공공기관에서 작가를 관리해 자유로운 창작의지를 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에 밀려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관찰할 때 미술장식품 제도가 생계가 어려운 작가들을 위한 보호막 기능을 효율적으로 갖추고 있다거나 생존권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현행 제도상에서는 미술장식품 제도를 통해 평범한 작가들이 순수하게 혜택을 받는 경우보다는 소위 ‘꾼’들과 커넥션을 형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공공의 주제인 시민들도 ‘특정한 공간에 특정한 작품이 왜 들어섰는지’ ‘무슨 이유로 감흥없는 구조물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지’ 등 비슷한 형태의 미술장식품을 어쩔 수 없이 보고 지나쳐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반복한다.

   
한국미술협회 울산시지회 주한경 지회장은 “미술인의 입장에서는 문화예술진흥법이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본래 취지를 벗어나 운영되는 것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건축주와 작가가 작품을 정해서 심의를 요청하면 대부분 원안 혹은 약간의 손질만 하고 통과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 지회장은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술장식품 심사위원회의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설치 장소에 어울리지 않거나 작품성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작품은 과감히 부적격 판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건축물에 설치하는 미술 장식품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무슨 이유로 구조물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지 고민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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