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판매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 성인 남녀 틈바귀에 책가방을 든 학생들도 보인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한탕 대박으로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치려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무려 3백만명을 헤아리는 신용불량으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설을 코앞에다 둔 데다 각종 공공요금과 물가가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있고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 전쟁과 북한의 핵문제까지 곁들어 더욱 사람의 기를 팍 죽인다.

 계미년 새해로 들어서며 마악 새출발을 다짐하는데 갑자기 웬 복권 열풍이 불어닥친다. 물경 65억이 넘는 국내 복권사상 최고당첨금인 로또(Lotto) 복권 당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월 11일 온라인 연합복권 로또가 공개추첨을 실시한 결과 그 당첨자가 직접 선택한 행운의 6개 숫자를 모두 다 맞춘 1등 당첨자가 나온다. 이 당첨금은 2주 연속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차회로 이월된 당첨금 30억원에 지난주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삼은 당첨금이 합쳐진 것이고, 이것은 지금까지의 국내 최고액이었던 55억원(추첨식으로 1.2.3 등 연속당첨)을 크게 뒤로 따돌린다.

 그런데 문제는 65억원을 웃도는 이 로또복권이 새해 벽두부터 서민들의 대박 사행심을 크게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이 로또복권의 당첨 비법을 제공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빗발치듯 하는가 하면, 각종 당첨 예측기 등의 로또 관련 부대상품이 불티가 나고 또 로또 숫자를 고르는 요령 등을 소개한 "로또마스터"라는 번역서가 판매 1주일만에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르기도 한다.

 내일의 주인공 청소년들도 문제다. 물론 소수에 그치겠지만 아침에 책가방에서 교과서보다 복권을 먼저 꺼낸다고 한다. 본을 보여야 할 성인들이 그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커녕 과소비나 투기와 사행행위를 일삼으니 그럴수 밖에.

 그런데 더욱 문제는 이 로또복권에 행정자치부와 노동부 등의 7개 정부부처가 공동출자로 정부가 공공연히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항간의 비판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는 다른기관이 발행하는 복권의 최고 당첨금을 5억원으로 제한하는 반면, 로또에 한해 그 상한선을 두지 않아 특혜 의혹까지 일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복권시장의 당첨금이 로또복권처럼 한 사람에게 왕창 몰아주는 방식으로 돌변, 당첨금은 더욱 높아지는 반면 그 혜택를 받는 사람의 수는 크게 줄어드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취약점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으로 빈부의 격차가 자못 심각하다. 지난 1월 18일 개혁을 앞세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TV토론에서 "지금은 성장보다 분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했다. 따라서 거액의 당첨금을 왕창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이 로또복권은 그 분배에도 배치되어 당연히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복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모두 21개 종류의 복권이 발행되어 총 7천억여원 어치가 팔려 전년에 비해 매출이 40%이상 늘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의 국민 1인당 복권 구입액 50만원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복권 구입액은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공익적인 기금 조성에만 열을 올린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와 정책이 있어도 의식구조가 잘못되어 있으면 사상 누각이다. 지금 이 사회는 투기심과 사행심 등의 요행심리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노무현 당선자도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자가 대접받고 더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하지 않았는가. 새 정부가 서둘러 로또복권의 특혜의혹을 잠재우고 수혜자의 폭을 크게 넓혀 정부가 국민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시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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