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결혼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자- 다문화강사 -
몽골 풍습 소개 위해 한국문화 등 나부터 공부해야
사람 대하는 일 하면서 한국생활에 자신감도 붙어

▲ 조수진씨는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 어린이집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설명하는 모습.
결혼이민자들에게 딱 맞는 일자리는 무엇이 있을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결혼이민자들이 일반 구직자들에 비해 여러가지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만이 잘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다.

최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결혼이민자를 위한 다양한 취업 지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돈을 벌지는 않더라도 일을 하면서 자존감을 느끼고 한국 생활의 자신감을 얻는 결혼이민자들의 ‘일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본다.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모두 같은 한국인이라는 걸 알릴 수 있어 좋습니다.”

지난해부터 2년째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수진(여·25·몽골)씨가 밝힌 다문화강사라 가장 좋은 점이다.

조씨는 다문화강사로 나선 1시간동안 몽골 홍보대사가 된 것처럼 몽골을 알린다. 또 다문화가정을 보듬어야 하는 이유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자연스럽게 이해시키기 위해 애쓴다.

그는 “다문화 수업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에게 낯선 몽골의 문화와 전통을 알려줄 수 있어 보람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갔을 때 엄마가 외국인이라도 놀리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다문화강사로 활동하면 그에게 실보다는 득이 되는 일이 많다고 했다. 먼저 그는 다문화강사로 일하면서 울산의 왠만한 지리는 다 꿰뚫을 수 있게 됐다.

다문화강사는 고정적으로 한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요청이 있을 때마다 지역내 각 구·군에 흩어진 여러 학교를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의 집이 경주 양남이라 버스를 2~3번 갈아타는 것은 기본이지만 덕분에 울산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했다.

조씨는 “처음에는 울산이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많이 헤맸지만 이제는 남편 만큼은 못 해도 시어머니보다는 울산 지리를 많이 알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다문화강사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조씨는 수업시간에 아이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잘못된 발음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이 지적해 주고 가르쳐줘서 예전보다 발음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는 “몽골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과 비교하는 것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먼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문화 수업이 있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 요리 등에 대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이후 몽골에서 공수한 소품으로 어린이와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는 다문화 수업이 있을 때마다 전통의상을 입고 학생들 앞에 나선다. 또 몽골에서 보내온 동물뼈로 만든 장난감 등을 보여주면 교실안에 있는 아이들의 시선은 모두 조씨에게로 집중된다.

조씨의 사회생활은 아동양육지도사에서부터 시작됐다.

독학으로 한글을 터득한 그는 액세서리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어 남구 중앙시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 선생님이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다. 선생님을 보조하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가 아동양육지도사 제안을 받고 신청하게 됐다.

그는 아동양육지도사를 하면서 또래의 다문화가정을 찾아 이유식 등 아동양육이 서툰 이들을 도왔고 한글도 가르쳤다.

또 한국말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혼자 가기 어려운 은행이나 병원 등에 동행하기도 했다.

조씨는 “아동양육지도사는 또래 친구들을 가르쳐야 하는 일이라 조금 힘든 점이 있었는데 다문화강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아동양육지도사로 활동하다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그만두고 다문화강사로 전환했다.

특히 그는 일이 너무 좋아 배가 많이 불러왔을 때도 다문화강사로 지역 곳곳의 학교를 돌아다녔다.

조씨는 “처음에는 아이들 앞이라 많이 떨렸다. 하지만 못한다고, 창피하다고 해서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배우고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일을 시작했다가 섣불리 그만두지 말기를 당부했다.

조씨가 임신을 하고도 이렇듯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론 시어머니까지 아이를 봐줄테니 많이 나가서 배우라고 격려해줬다.

그는 “엄마(시어머니)가 배울만한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가서 배우라고 해 주셨다”고 말했다.

또 평소 친정 어머니로부터 손발이 멀쩡하면 나가서 조그만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 점도 그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조씨는 더 많은 결혼이민자여성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해 나갈 것을 권했다.

그는 다문화강사를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것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일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인과 말을 하고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에 동화된다”고 말했다.

또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한국생활을 하는데 있어 자신감은 덤으로 따라온다고 했다.

▲ 다문화강사로 활동하는 조수진씨가 몽골의 전통집인 게르를 설명하고 있다.
■ 다문화강사 엿보기

“다문화가정 의미부터 알려”

지도·사진 등 시청각 자료 활용

고향인 몽골의 시조·의식주 등

과거에서 현재까지 다양한 설명

다문화강사 조수진(사진)씨는 학생들을 만나면 먼저 다문화가정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한다.

“한국사람이 외국사람과 결혼해서 사는 것을 다문화가정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나면 조씨는 자신의 고향인 몽골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학생들을 찾아왔다고 소개한다.

몽골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백이면 백 칭기즈칸 아니면 사막, 말타기이다. 조씨는 칭기즈칸이 몽골이라는 나라를 세운 사람이라고 소개한 뒤 그의 업적 등을 설명한다.

다음으로는 몽골의 전통집인 게르를 설명한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사막을 떠올린 것은 유목생활을 하는 것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목생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주거형태가 바로 게르라고 알려준다.

조씨는 몽골의 과거와 역사에 대해서도 알려주지만 현재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자칫 과거나 역사만 설명하고 넘어가면 아직까기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줄 오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조씨는 오늘날 몽골의 주요 도시에 가면 한국의 도시처럼 아파트나 백화점 등이 들어섰다고 설명해주고 사진 등 시청각자료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이어서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몽골의 위치를 설명한다.

그런 다음 몽골의 나담축제와 설날과 같은 명절 풍습과 전통음식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수업을 마무리한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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