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전 봉화산 등산에 동행한 경호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투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여정부 시절 ‘열린 경호’가 비극의 씨앗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열린경호는 노 전 대통령이 군사정권 시절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던 대통령 경호실을 변화시키겠다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노 전 대통령은 강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경호를 지양한다는 이유로 전통적으로 군 출신이 맡아왔던 경호실장도 대민(對民) 접촉이 많은 경찰 출신에게 맡겼다.
 청와대 주요 진입로의 바리케이드를 모두 철거하고, 일반인의 청와대 앞길 통행시간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경호문화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에 발을 맞췄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국가원수 보호라는 측면에선 부정적 여론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재직시절부터 경호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03년 4월엔 청와대 경내를 관람중인 한 할머니가 창문을 내린 채 승용차로 이동 중이었던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비닐봉지로 둘러싼 편지를 던진 사건이 있었다.
 같은해 7월 노 전 대통령이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관람하던 중에는 한 구단주가 자신의 지정석에 앉지 않고 대통령 옆자리로 다가가 사인볼을 받는 등의 돌출 행동을 해 다시 한번 경호 논란이 일었다.
 2004년 12월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부대 방문 당시 한 해병대 상병이 노 전 대통령을 포옹한 뒤 번쩍 들어 올린 채 한바퀴를 돌렸던 것도 경호실에서 제지하지 못한 일종의 사고다.
 2005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선 대통령 의전차량이 계룡대 행사장내 진흙탕에 빠져 경호원들이 의전차량을 밀고 나간 사고도 있었다.
 이밖에도 지난 2006년엔 ‘노사모’ 회원이 청와대의 비공개 행사에 녹취가 가능한 전자장비를 반입,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녹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대통령 경호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호문화의 변화는 돌발사고뿐 아니라 경호실 일부 직원들의 기강해이로도 이어졌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2005년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특수무전기 한대를 분실했다.
 당시 경호실은 요인 경호용 특수무전기를 분실할 경우 주파수가 노출돼 요인 경호에 치명적인 구멍이 뚫리는 점을 감안, 청와대 내부를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또한 경호실의 한 간부는 업자에게 사업상의 편의를 제공하고 고가의 명품을 수차례 건네받았다가 해임됐고, 여성 경호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관련자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도 ‘열린경호’의 원칙을 유지했다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서거 당일 경호관이 산행 도중 자리를 비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것.
 한 측근은 “경호관이 처음부터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둘러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이 경호관에게 어디를 다녀오라고 지시하면 그 지시를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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