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추모委에 개방 문제 떠넘기기 인상

27일 시민단체들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를 위해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들이 서로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뒷말을 낳고 있다.
 애초 서울광장을 차단한 것은 경찰이었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부터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주변을 경찰버스로 둘러싸 출입을 원천봉쇄했다.
 도심 광장이 정치적 집회나 폭력시위 장소로 변질될 우려와 교통 문제를 감안한 조치라고 경찰은 해명했으나 곳곳에서 시민과 경찰의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과잉통제’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서울시 측이 시설보호 요청을 하지는 않았으나 경찰 자체 판단에 따라 봉쇄 결정을 내렸다는 경찰측 해명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경찰은 시설사용 허가권을 쥔 서울시 측에 책임과 결정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제(24일) 민주당이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허가 신청을 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보호 조치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역시 같은 날 간담회에서 시민단체의 추모행사에 대해 “관혼상제에 해당해 집회신고가 불필요하며, 시설사용 허가 여부는 서울시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뜨거운 감자’를 넘겨받은 서울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는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70% 넘게 나오는 시민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제2의 촛불’에 대한 정부 일각의 우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시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오세훈 시장은 27일 오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추모위원회(시추위) 대표들과 만나 “행사가 평화적이고 비정치적으로 진행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은 채 “정부에 건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법령상 시설사용 허가권을 지닌 서울시가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결정권을 사실상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으려고 부랴부랴 이날 오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났으나 돌아온 대답은 ‘노(No)’였다.
 이 장관은 “서울광장이 노 전 대통령 영결식과 연결되는 곳이고, 사용 용도 등 세부집행계획이 잡히지 않았다”는 불허사유를 밝히고 “장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모행사를 추진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반발했다. 세부 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았고, 이틀 뒤에나 열리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이유로 이날 시설 사용 요청을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오 시장과 이 장관을 면담했던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처음부터 허가할 생각은 전혀 없는데도 비난을 의식해 이런저런 이유로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라며 “오늘 행사를 한다고 해서 확정되지도 않은 장의 세부집행계획이 흐트러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사용허가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이번 추모행사는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기에 광장사용 허가 여부는 정부와 장의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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