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차문화 전통 보전을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차

▲ 심규명 변호사
최근 울산동헌에서 열린 다향제는 차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나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놀란 것은 참석자들의 숫자였다.

다향제는 매년 열린다. 그러나 예년의 경우 참석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것은 홍보 부족에도 있지만 차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몇 해 전 부터는 참석자들이 상당히 늘어났는데 이것은 차가 우리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요즘 울산에서 열리는 행사장을 가보면 다향제도 함께 개최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고 과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에도 우리의 전통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동헌 다향제에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해 우리의 전통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인들은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을 쓰기를 좋아한다. 이것은 차를 마시는 것이 선을 하는 일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전통차를 마셔보면 차의 예법이 선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형적으로 보면 울산은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반도에서 차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은 차령산맥 이남과 지리산 남쪽으로 겨울에 영하 5~6도를 벗어나지 않는 곳이라야 하는데 울산은 차를 키우기에 적당한 지형과 온도를 갖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울산은 차가 자라는 곳이 많다. 태화강과 명촌의 대숲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철 차나무가 자라고 있고 사찰만 해도 운흥사, 청송사에서 차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또 다운동과 서생에는 차 밭이 많다.

울산은 차와 관련된 유적지도 많다. 다운동은 고을 이름 자체가 차와 연관이 있어 붙어진 이름이고, 언양 사촌에서도 적지 않은 다기가 발굴되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차가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물이 좋아야 한다. 지금은 산업도시가 되어 울산의 물이 많이 변했지만 울산은 60년대까지만 해도 물맛이 좋은 샘들이 많았다. 병영의 산전샘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울산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즐겨 마셨고 무룡산, 옥천샘 역시 물맛이 좋아 울산사람들이 즐겨 마셨다.

이외에도 은을암 물은 요즘도 울산에서 불교 행사가 열릴 때면 불자들이 이 물을 길어다 차를 끓여 손님들에게 대접을 하곤 한다.

차인 역시 울산은 타 지역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울산차인연합회에 정식으로 가입한 차인회만 해도 60여개를 넘고 이외에도 개인별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합하면 울산 차인의 숫자가 5만~6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한다.

안타까움이 있다면 울산이 차의 역사와 차인의 숫자, 그리고 유적지 등이 타 지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데 이를 뒷받침할 차 문화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울산보다 차의 역사와 저변 인구가 적은 고장에서도 지역 차의 역사와 차 문화를 알리는 책자들이 발간되고 있는데 반해 울산에서는 아직 우리 고장의 차 문화를 알리는 책자가 한권도 발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남과 보성 등 호남지방에서는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개인이 앞장서 차와 관련된 책자를 만들어 지역 차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울산에서 다도회가 만들어져 활동을 한지가 내년이면 30년이 된다. 이때를 맞아 울산에서도 울산의 차 문화를 집대성한 책자가 한권 쯤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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