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숲 속에 죽순들이 한꺼번에 돋아오르는 모습은 쑥쑥 크는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대숲의 사계’라는 글에서는 ‘죽순은 날씨가 좋은 날, 무럭무럭 자란다. 빠를 때에는 하루에 70~80㎝나 자라기도 하여 그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라는 표현이 있다. 마냥 시끄러운 아이들은 돌아서 보면 죽순처럼 한 뼘씩 커 있다.
태화강은 계절마다 장관을 만들어 낸다. 유채꽃이 4월의 장관이라면 청보리는 5월의 장관이다. 그렇다면 6월의 장관은 단연 죽순이다.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죽순은 땅 위로 오르는 순간 생명의 기운을 강렬하게 내뿜는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을 향해 뻗어오르면서 한 겹 한 겹 죽피를 벗고 금방 씻은 아이얼굴 같은 말간 몸통을 드러낸다. 이재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