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장 앞둔 6월의 해변
민낯 드러낸 백사장 한발 한발 다가가면

한 바탕 격전을 치를 전쟁터처럼 6월의 백사장은 긴장감과 적막감이 감돈다.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은 지난
여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모습과는 다르게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하얀 몸을 드러낸 처녀처럼 6월의 해수욕장은 그렇게 또 다른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이곳 황량하기까지 한 백사장은 형형색색의 파라솔로 뒤덮히게 된다. 그리고 검붉은 몸매를 과시하는 비키니와 맨몸으로 부딪혀 오는 사람들과 한 바탕 씨름하게 된다. 그러면서 또 한 번의 여름을 보낼 것이다.

한 여름 백사장은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백사장과 해수욕장은 다르다. 백사장은 처녀의 맨몸이다. 그러나 해수욕장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여름의 복잡함이 싫다면, 그리고 해수욕장의 속내를 들여다 보고 싶다면 지금 백사장을 찾으면 된다. 여름을 준비중인 백사장에는 한 여름에 느끼는 해수욕장과는 분명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더 없이 넓은 백사장을 온통 혼자 차지한 채 바라보는 바다는 보는 이의 가슴을 열어 젖히는 시원함을 준다.

군중 속에 뒤섞이는 작은 자신이 싫고, 해수욕장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이번 주말 당장이라도 백사장을 찾으면 된다. 백사장 한 켠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그늘막을 친 뒤 가족과 함께 한적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지금 백사장은 한 여름의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손짓하고 있다. 나의 세계로 오라고.

글=박정남기자 jnp@ / 사진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