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그 도시가 보유한 산업의 발전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의 울산이 비약적인 도시성장의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울산에 입지 했던 산업들의 발전에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향후 어떤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울산의 주도 산업으로 자리 매김 하느냐 하는 것에 울산의 미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울산 산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우선, 산업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과 그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일단은 지금 울산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산업의 생명을 길게 해야 할 것 같다. 곧바로 지역경제 성장의 단절기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현실의 기반을 포기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울산의 산업구조를 경제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빠르게 고부가가치의 신산업으로 변화할 잠재력을 가진 산업위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해, 미래 울산의 산업들이 경쟁에 강하면서도 유연하게 진화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에 강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기술이 체화된 산업이어야 할 것이고, 유연하게 진화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혁신을 일상화하는 산업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울산의 산업에 던져진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따라서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현실의 여건을 반영하면서도 좀 더 차원이 높은 산업체제를 구성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필자는 울산의 산업적 기반과 지리·사회적 환경, 그리고 세계적인 선진 도시의 지역경제 발전의 경험을 고려할 때, 울산 산업정책의 장기적 과제로 기존의 생산중심기능에 과학기술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여 ‘과학산업 중심도시’로 질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울산과 같이 공업 생산시설만 집적해서는 더 이상 도시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일본의 쓰쿠바나 우리나라의 대덕과 같은 과학연구시설의 집적 역시 그것만으로는 지역경제의 성장에 크게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울산은 과학기술기능과 산업생산기능이 공존하여 연구·개발·생산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혁신의 창출과 확산이 일상화되는 경제 구조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과학산업도시’ 혹은 ‘과학산업단지’는 학술연구·교육기능과 산업생산기능, 그리고 주거·문화기능이 복합된 집적지를 조성해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외의 고급 두뇌들이 모인 대학과 기업의 연구소, 첨단지식이 창출되고 전수되며 확산되는 대학, 그들이 사는 쾌적한 주거지,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문화환경, 세계와 전국으로 열린 교통물류망, 그리고 그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 등이 골고루 갖추어진 새로운 공간적 ‘핵’을 만들어 울산의 미래를 위한 엔진으로 삼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과학기술 신도시와 가까운 개념인 과학기술 특구 5~6개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큰 이변’이 없는 한 과거의 첨단산업단지나 테크노파크 계획이 실패한 이유에 의해 이 계획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울산은 11곳의 후보지역에서도 빠져있어 어찌해볼 도리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과학기술 신도시’에 대한 구상과 검토는 기존의 사례와는 전혀 다른 발상과 접근이 필요할 듯 하다. 이를 위해 일본의 쿄토부와 오사카부, 그리고 나라현의 3개 광역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간사이 문화학술연구도시’(Kansai Science City :www.kri.or.jp)의 예를 참고해도 좋을 듯 싶다. 1978년 ‘민간’주도로 시작된 이 사업은 2001년 현재 21만명 인구에 외국인 200여명을 포함한 4천명 이상의 연구자가 거주하며, 27개의 대학과 19개의 국공립연구기관이 있는 21세기형 문화학술연구도시의 모델로 발전했다.

 울산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과학산업도시를 위한 구상! 일단 백지위에 한 번 그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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