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박물관·기념관·전시관
댐수몰지 마을모형과 유물 등 전시 ‘대곡박물관’

암각화와 선사시대 모습 등 재현 ‘암각화전시관’

박제상과 가족에 얽힌 설화 소개 ‘박제상기념관’

국내 유일 고래 테마 전시관 ‘장생포고래박물관’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가늠하기에 박물관만큼 좋은 곳은 없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반구대와 박제상 설화, 고래잡이 등 선사시대부터 중세, 근대에 이르는 도심의 역사가 울산 곳곳에 자리한 박물관 및 기념관을 통해 하나의 큰 줄기를 형성하는 중이다. 시원한 바다와 산도 좋지만, 올 여름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박물관 나들이로 ‘다같이 돌자! 울산 한바퀴’를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울산대곡박물관과 암각화전시관

지난 달 말 개관한 울주군 두동면 울산대곡박물관에는 요즘 하루평균 150여명의 어린이 및 시민들이 찾아

▲ 천전리각석 앞을 흐르는 대곡천.
온다. 대부분 어린이집 및 유치원생들이 단체관람을 한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더 늘어 500~600명 정도의 시민들이 박물관을 찾는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가족팀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상 2층(연면적 1907m) 규모의 전시공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방문단이 댐 건설로 수몰됐던 조상들의 흔적과 옛 고향마을의 전경과 마주치게 된다.

2일 오전 박물관에는 지역 노인들로 구성된 친목모임 회원들이 청동기 시대의 분묘와 그 곳에서 출토 된 각종 토기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전시부스 한 켠에는 아이들 시신을 담아 장례를 치렀던 둥근 옹기 등을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의미의 오리모양 토기, 다리미모양 토기 등 비록 한 귀퉁이가 떨어져나간 물건들이 대부분이지만, 댐 수몰지역에서 파묻혔던 청동기~조선시대 물건들이 박물관을 통해 다시금 숨을 쉬고 있었다.

한무더기 유치원생들도 전시장을 누볐다. 아이들은 투명한 유리바닥 위에서 한참동안 신나게 뛰다녔다. 발 아래에는 대곡댐 주변의 산세와 도로, 마을전경 등이 모형으로 만들어 져 흡사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1층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꺽어지면 ‘칠교놀이’와 ‘옹기·토기 조각 맞추기’ 등의 놀이를 할 수 있는 체험실과 함께 수몰지역 사람들을 위한 추억의 사진전 ‘나의 살던 고향은’이 열리고 있다.

▲ 울산대곡박물관 2층에 전시된 나무덧널무덤.
사진전에 출품된 사진은 20여 점 정도. 작품 수가 적어 관람객 모두에게 감흥을 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듯 했지만, 실향민들에게는 흘러 간 시절에 대한 향수와 잊혀진 마을 전경을 떠올리는 추억의 매개체가 돼 주고 있다.

박물관에서 나와 천전리각석에서 대곡천을 따라 30분 정도 숲길을 가로지르면 대곡천변 반구교 너머 암각화전시관을 만나게 된다.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 등 암각화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암각화 전문 전시관이다.

▲ 지난달 말 개관한 울산대곡박물관 전경.
고래를 형상화한 목조건축물과 함석으로 뒤덮힌 지붕이 특히 인상적이다. 주요전시물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실물모형, 암각화 유적을 소개하는 입체적인 영상시설,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각종 모형물과 사진 등이다.

지난 달 개관1주년 기념행사로 마련됐던 ‘아시아의 숨겨진 진주, 알타이 바위그림전’에 대한 문의가 아직도 많으나 아쉽게도 행사는 지난 달 초순 이미 마무리가 됐다. 중앙아시아 알타이지방의 암각화 모양과 반구대암각화와의 연관성 및 관련 궁금증은 자료집과 영상 등을 통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 충렬공박제상기념관과 치산서원

울주군 두동면 충렬공박제상기념관은 신라충신 박제상과 그의 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주제로 충·의·효·열의

▲ 박제상과 그의 가족에 얽힌 이야기를 주제로 한 충렬공박제상기념관.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체험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박제상전시관, 울주문화관, 영상자료관으로 구성된 기념관은 박제상과 옛 조상들의 생활상을 컴퓨터 그래픽과 인형 등으로 재미있게 알려주고 있다.

전시관에는 왜로 떠나는 박제상의 항해모습을 재현해 당시 신라와 왜의 예상항해도를 그려보는 공간도 있고, 삼국사기 및 삼국유사에 나오는 박제상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고서로 보는 박제상’ 코너도 있다. 박제상과 그를 애타게 기다렸던 그의 부인을 신라복식과 장신구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연출한 존영과도 마주할 수 있다.

박제상과 그의 부인을 기리기위해 세운 사당인 치산서원, 충렬공과 그의 부인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충렬묘와 신모사, 왜로 떠난 박제상을 기다리다 순국소식을 듣고 딸과함께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를 조각으로 나타낸 삼모녀상 등이 기념관 주변에 세워져 있다.

▲ 국내 유일의 고래류 문화전시관인 장생포고래박물관.
■ 장생포고래박물관

남구 장생포동 장생포고래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고래류 문화전시관이다. 독특한 주제와 고래뼈와 실물 포경선 등 다양한 볼거리로 전국적 관심을 불러 모으는 가운데 지난 5월에는 개관 4년만에 입장객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래박물관은 1890년대 이후 포경 중심지였던 장생포항과 울산 고래산업의 역사와 뿌리를 보여주고 있으며, 선조들이 사용한 포경도구와 생활상, 고래생태 등과 관련된 1797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국내 최초의 돌고래수족관으로 고래의 소리와 초음파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테라피실을 구비했다.

인디애나 존스 홍보판은 인디애나 존스(본명 로이 챔프만 앤드류스·1884~1960년)가 1911년 미국에서 장생포로 한국계귀신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왔음을 알려준다. 그는 장생포에 머물면서 한국계귀신고래를 연구해 1914년 미국에서 논문을 발표한 이후 많은 탐험과 연구를 통해 잇따라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탐험과 모험, 유작에 의해 ‘인디애나 존스’란 영화가 탄생했다 한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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