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이전리(泥田里) 주민들이 비만 오면 진흙밭으로 변하는 도로며 논밭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최근들어 농로가 포장되면서 한결 나아졌지만 포장이 안된 곳은 아직까지도 옛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장성과 당지 2개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는 이전리는 마을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그대로 진흙밭이다. 돌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찰흙이 대부분이어서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두서면의 기와공장이 기와 만들 흙을 이곳에서 가져가기도 했다.

 최영조 장성마을 이장은 "어지간히 땅을 파도 돌이 나오지 않으며 토질 자체가 차지다보니 과수나 채소도 진땅에 적합한 배나무와 깻잎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깻잎 재배는 마을주민 여러 가구가 참여하는 여름철 뿐만아니라 겨울에도 제법 큰 규모의 하우스를 지어 출하하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깻잎하면 "이전리 특작물"로 인근에 알려지고 있다. 설 대목이나 정월대보름 출하에 맞추기 위해 온풍기를 설치하고 밤에도 불을 켜 깻잎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마등산과 골새이산 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보니 장성마을은 가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 않고 띄엄띄엄 흩어져 있다. 가구수가 가장 많은 곳이 새각단과 곽성으로 10가구 남짓하다. 그외는 모두 2~3가구, 3~5가구씩 흩어져 있다. 70가구 남짓한 자연마을이지만 골짜기나 평지를 따라 가구가 형성되면서 이름이 제각각이다. 싸리골, 장재밭, 진밭, 새각단, 곽성 등으로 불려지고 있다.

 울산~봉계 지방도로에서 모나코여관이 보이는 곳이 새각단이고 그 오른편이 곽성이다. 그리고 왼편으로 이어지는 곳이 진밭, 장재밭, 싸리골이다.

 산을 등지고 하천을 앞에 두는 배산임수가 마을 생성의 주요 조건이지만 장성마을을 산의 능선을 따라 마을이 생겨나 논이며 밭, 과수원, 집과 묘지가 떨어져 있지 않고 혼재하는 형상을 보인다. 따라서 묘지가에 심어진 소나무들이 정원수를 연상케한다.

 큰 당수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는데서 이름 붙여진 당수마을의 "당"자와 치술령이 팔을 벌려 양지바른 곳을 만들어낸 양지마을의 "지"자를 딴 당지마을은 한우를 키우는 축산업이 성행하고 있다. 축사가 없는 가구들이라도 3~4마리는 기본으로 키울 정도며 30마리 이상 키우는 가구도 7~8가구에 달한다.

 당지마을 주민들은 요즘들어 웃을 일이 잦아졌다. 소값이 올라 송아지를 낳기만 하면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병호 당지마을 이장은 "주민들 대부분이 요즘만 같으면 소 키울만하다고 하면서도 언제 또 파동이 올지 몰라 한편으로는 불안한 기색을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들이 떨어져 있는 장성마을이나 모여있는 당지마을이나 인심좋기는 매한가지다. 최근 10년새 찾아든 외지인이래야 여관 1곳과 전원주택 2가구가 고작이다. 이렇다보니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시골인심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생겨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적적한 노인들은 연료비도 아낄겸해서 한겨울을 경로당에서 숙식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하나 찡그리는 사람없이 인정스럽게 어울려 지낸다. 최영조 이장은 "외지인들이 거의 찾아들지 않아 고유한 마을 인심이 훼손되지 않다보니 이웃간의 정이 남다른 마을"이라며 "쌀한가마니가 보름이면 뚝딱 사라질 정도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자랑했다.

 장성마을은 "2002년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돼 2천만원을 지원받아 마을회관을 정비하고 있다.

 이전리 주민들은 농로를 포함해 진입로 등이 다소 비좁지만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이 넓어 외지인들이 들락거리면 사고위험만 높아진다고 할 정도로 환경을 극복하기보다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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