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부산·경남의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 달 29일 부산에서 열렸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토론회 이후, 울산발전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걱정은 대체적으로 그 토론회의 ‘분위기’와 대통령 당선자의 답변 중 울산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나 당선자 혹은 측근 인사들의 평소 생각이 반영되었을 당선자의 ‘발언’에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수와 환호성, 그리고 권력자의 개인적 견해나 소신만으로 국가나 지역의 미래가 결정되어서는 안되고, 또 제대로 된 국가의 정책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다른데 있다. 이 시점에서 울산이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은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언급하고 있는 "지방의 기획과 지역간의 효율성·타당성 경쟁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이다.

 분권을 포함한 지방정책의 기준을 "효율성’에 두겠다는 이 발언은 새 정부가 추진할 분권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원칙들은 그간 지방분권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해 온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와 정확하게 일치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혹은 지역 이기주의적 배경을 업고 주장되거나 대립해 온 지역의 이해를 일거에 교통 정리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새 정부 분권정책의 원칙이 되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의하면, 과거처럼-심지어 지역 언론까지 나서서 독려했던 방식인-유력한 정치인을 동원한 국비확보 노력이 더 이상 효과적인 재원확보 수단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급조된 기획안에 근거해서도 국가예산을 시혜적으로 배분 받았던 과거의 일부 관행도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울산은 이 원칙의 의미와 중요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향후의 시정운영 구상과 실행의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당장은 지역개발 사업들에 대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지역과의 논리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적 무기들을 점검하고 수리하며 보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울산의 "기획’ 능력을 강화하는데 일차적인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 현실에 근거하고, 효율성과 타당성의 기준에서 볼 때 높은 경쟁력을 가진 사업계획안들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자는 말이다.

 물론 효율성과 타당성이 분권문제에서만 유효한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가깝게는 기존의 대규모 투자사업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당장 시행되는 소규모 정책들에 대해서도 그 논리와 경쟁력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신속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왜 국가지원이 필요하고, 왜 저 사업보다 이 사업이, 왜 지금 이런 내용으로 시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갖추는 과정에서 시정운영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울산의 미래가 좌우될 "동남경제권’ 논의와 관련해서는 이 같은 "지방의 기획’이 가지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부산의 토론회에서 부산시가 제기하여 대통령 당선자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고 알려진 소위 "가야밸리’ 계획과 "남부권 신공항’ 계획은 "지방의 기획’이 돋보인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부산시민들의 환호가 현실이 되고, 부산의 계획을 고스란히 받아서 "동남권 클러스터구축계획(안)’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까지 보고한 관련 부처의 빠른 발걸음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몇 단계의 절차가 남아있다. 무엇보다 울산과 경남이 배제된 채 수립된 이 계획의 실효성과 타당성 문제는 간단히 정리될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비록 약간 어설펐고 지나치게 조급했지만, 그들이 나름대로 쏟은 노력은 높이 살 만 하다. 대통령 당선자의 "약속’을 받아내고, 막강한 중앙부처를 "비이성적’으로 만들기까지 한 그 "지방의 기획력"을 울산도 빨리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직관"이나 "감정"이 아니라 "실증"과 "논리"의 지방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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