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한 강바람 찾아 다리 밑으로

길쭉하게 자란 버드나무 곁에 자그마한 다리가 있는 풍경은 참으로 정겹다. 1960~1970년대 크고 작은 하천을 건너 학교를 다녀야 했던 40~50대들에게 이 풍경은 너무나 익숙한 고향의 모습이다. 그 당시 다리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역할 외에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소통의 역할도 했다. 그래서인지 울산지역 40~50대들은 유별스럽게 다리 밑 피서를 즐긴다. 힘겨운 한 주 동안의 업무를 마치고 나면 주말에는 삼겹살 등을 들고 물속에 발을 담그기를 좋아한다.

우스갯소리로 울산지역에서 다리를 새로 건설할 때는 다리 밑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춰줘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울산사람들은 다리 밑을 즐겨찾는다.

여름철에는 더욱 발길이 붐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장이 가족들을 데리고 알뜰 피서를 즐기기에 적당한데다가 바쁜 일정 속에 짬을 내기 어려운 가장이 모처럼 휴일 하루를 비워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도심에서 30분이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들이 어려 장거리 피서를 다니기에 무리가 있는 가족들에게도 다리 밑은 최적의 피서지다.

넉넉한 태화강에다 영남알프스의 그림같은 배경이 있어 울산지역 어느 다리 밑에서건 물 속에 발을 담그면 행복 그 자체가 아닌가. 피서행렬에 끼여 오가도 못하고 차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 어떨까. 태화강은 선바위교에서부터 석남사 계곡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번잡한 곳이 싫으면 범서읍 척과천이나 두서면 복안천 다리 밑도 좋다. 덥다고 짜증만 내지 말고 번잡한 마음을 물 속에 버리러 떠나보자. 글=최석복기자 / 사진=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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