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비용 적게 들고·넉넉한 그늘 시원하고·비맞을 염려없고
물살 빠른 곳 물놀이 안전사고 주의·집중 호우땐 재빨리 피해야
태화강 물길따라 10여개 다리 즐비 ‘여름피서명당’ 입소문 자자

▲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교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휴가철이다. 장마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휴가계획을 세우고 어디를 가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아이들이 어려 며칠씩 소요되는 피서가 어려운 가족들에게 제격인 피서지가 있다. 바로 다리 밑이다. 근무형태나 시간 부족으로 멀리 여행을 다녀오지 못하는 가족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또 장거리 여행시 4~5시간 이상 운전이 싫은 가족들도 30분이면 울산지역 어느 다리 밑으로 갈 수 있어 알뜰 피서지로는 최고의 명소다.

하천마다 물줄기가 넉넉해 어느 곳을 찾더라도 물과 함께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준비도 간단하다. 수건과 아이들이 옷을 버렸을 때를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하고 먹거리를 준비해 가면 그만이다. 돗자리에 간이 식탁을 준비하고 밥은 아침에 집에서 준비한 뒤 소형 가스 버너 하나면 삼겹살 구이의 맛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하면 자칫 짐이 되고 남을 경우 처리가 곤란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간단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삼겹살에다 수박 한 통을 들고 나서면 하루 동안 피서를 즐기는 비용으로 10만원이면 너끈하다.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2~3가족이 동행하면 더욱 재미있고 알찬 피서를 보낼 수 있다.

▲ 서사교 아래.
다리 밑 피서는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자칫 해수욕장 등에서 갑작스레 햇볕에 노출될 경우 화상을 입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리 밑은 이런 걱정이 거의 필요 없다. 햇볕을 따라 조금씩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비가 오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집중호우시에는 일찌감치 물가에서 멀어져야 한다.

최근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로 울산지역 계곡마다 물줄기 소리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물이 맑아 어느 곳에서 물놀이를 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물놀이 때는 아이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물은 시원함을 주는 대신 어느 순간 위험요소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울산지역 근교에서 가볼만한 다리 아래는 태화강 상류 쪽이나 척과천이 적당하다. 물살이 세서 물놀이 때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영유아가 있다면 잔잔한 물흐름의 척과천이 제격이고 풍덩풍덩거리며 제법 물놀이 다운 몰놀이를 원하는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태화강 상류가 적당하다.

선바위교 아래는 최근 몇 년 사이 울산지역 대표적인 다리 밑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도심에서 거리도 가깝고 선바위를 배경으로 경치가 아름다운데다 화장실, 물넘이 등이 갖춰져 있다.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피서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근 구영리에 상권이 잘 발달돼 있어 돈만 있으면 없는 게 없는 실정이다. 편편한 장소도 있지만 물살이 제법 센 곳이 있어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 다운아파트 뒤편 다전교.
인파가 몰려 장소를 구하기 어려우면 선바위 위쪽 망성교 아래도 괜찮다. 더 상류로 올라가면 언양읍 아이파크아파트(반천현대아파트) 옆 다리 밑도 꽤 넓은 공간이 있다. 바로 옆에 보가 있어 초·중학생 자녀들이 스릴 넘치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번잡함을 싫어하는 가족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척과천은 올해초까지 하천 정비공사가 이어져 물길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최근 내린 비로 완만한 물흐름이 굽이치고 있다. 어느새 자란 갈대와 잡풀들이 1m 가량 자라 자연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다운고등학교로 진입하는 다전교와 그 위쪽의 다운교, 서사교 등 어느 곳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꼬마들이 물놀이를 해도 거의 위험스럽지 않을 정도로 물흐름이 조용하다. 더 위쪽으로 올가가도 시골풍경들 속에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다리를 볼 수 있다.

울산 도심서 조금 떨어진 곳을 찾아 하루 동안 피서를 즐기고 싶으면 울주군 두서면 복안리 복안천이 제격이다. 봉계불고기단지 위쪽 경주 형산강의 최상류 지역이면서 울산지역에서 가장 시골스런 풍경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활천리의 경부고속도로 교량 아래는 넓직한 공간이 좌우편에 형성돼 있어 차량 진입도 수월하다. 수 십명이 한꺼번에 음식을 장만해 하루를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위험스럽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조금씩 상류로 올라가면 복안교, 양지교 등 크고 작은 다리들이 마을마다 형성돼 있다. 복안천은 1급수에서만 사는 버들치와 다슬기가 많아 물놀이와 함께 솔솔찮은 재미를 볼 수 있다. 더욱 상류로 올라가면 태화강 발원지인 백운산 탑골계곡이 나온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지 않는가. 멀리 가서 목 돈 쓰고 고생만 하다오는 것보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알뜰피서를 즐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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