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산은 그 존재 자체로 도시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으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봄이면 온갖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녹음을 짙게 드리우며 가을에는 붉디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도시민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한다. 겨울에는 능선비탈에 잔설을 하얗게 이고 등산객들을 반긴다. 신체가 허약한 사람은 멀리 가지 않고도 튼튼한 체력을 쌓을 수 있고, 마음이 아픈 사람은 산속 오솔길을 산보하며 위안받을 수 있다.

 울산여상 앞 대공원 입구에서 문수구장까지의 산행코스는 남산과 함께 전형적인 도심 속 산의 기능을 하고있는 곳이다. 산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근래 그 산을 배경을 들어선 울산대공원의 이름을 따 "대공원산"이라고 부른다.

 대공원산은 험하지는 않지만 넉넉잡아 2시간 가량 걸리므로 토요일 오후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종주산행이 끝나고 난 뒤에는 문수구장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길은 여상 앞에서부터 반질반질하게 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녔는지 길 주변 나무줄기가 손길에 닳아 윤기가 난다.

 출발지점에서 15분 정도 너무 가파르지 않은 능선을 타다보면 숲이 모두 제거된 조그만 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함월산이나 문수산에서만 시내를 조망했던 사람들은 여기서 울산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함월산이 정수리가 파헤쳐진 채 서 있는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여기서 30여분 산보하듯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충혼탑이 보이고 충혼탑에서 남부순환도로쪽 갈티마을로 넘어가는 비포장길을 가로지르게 된다. 오른쪽 비탈면 상당부분이 대공원으로 조성돼 있지만 능선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시 20여분 나아가면 오른쪽에 가족문화센터(옛 근로청소년복지회관)가 보이고 여기서 다시 갈티마을로 넘어가는 간이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반쯤 걸어온 셈이다. 간이포장도로를 건너 오르락 내리락 작은 봉우리들을 넘다보면 이정표와 철탑이 나오고 마침내 문수구장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에 서게된다.

 등산로에 다양한 변화가 없어 6㎞ 가량되는 코스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격렬한 등산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주 적당한 코스다. 5살 난 아이도 큰 무리 없이 종주할 수 있다.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종주하는 사람도 있다.

 이 코스에는 특별히 이름이 붙여진 산은 없으나 골이 많아 예로부터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골짜기마다 그 나름대로의 내력을 갖고 있는 것은 조상들의 삶이 그만큼 배여있다는 얘기다.

 충혼탑 가기 전에 있는 "춘산에골", 충혼탑 앞에 있는 "윗솔곡"과 "아랫솔곡", 찬물이 난다는 "새미골", 이정표 오른쪽의 "마골", 왼쪽의 "불당골", 끝부분의 "구슬곡등"이 있다. 정상은 흰 흙이 많다고 해서 "백두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 코스의 주변에는 "티"로 끝나는 지명이 많다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지금은 모두 한자어인 "현(峴)"으로 바뀌었지만 이 일대에는 남부순환도로쪽의 "갈티"(갈현), 문수로와 남부순환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옥티"(옥현), 문수구장 옆의 "두티"(두현), 문수산 아래의 "밤티"(율현)가 있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마을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칡이 많이 난다고 해서 "갈티"라고 이름붙여진 것 등을 보면 이들 마을이름 또한 옛날 조상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흔적임을 알 수 있다.

 등산을 하고 난 뒤 등산객들은 흔히 "보약 한첩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숲과 산은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특히 도심속의 산은 접근성 면에서 더욱 그 효율성이 높다.

 늘 지나치면서도 한번도 종주해보지 않은 도심속의 야산들, 주말에 마음먹고 한번 올라보면 그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산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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