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중국서 온 결혼이주여성 15명에 원어민강사 양성 교육
(27)결혼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자 - 방과후 원어민 외국어강사 양성과정 -

중어중문과 대학 강사진 초빙
교육방법 등 체계적으로 배워
3개월 교육뒤면 ‘중국어선생님’
도우미 지원 육아부담도 덜어

▲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 외국어 원어민강사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초등학생의 방과후 학교, 유치원, 주민자치센터 등에 원어민 강사로 취업 하기 위해 3개월 기간의 교육을 받고 있다.
5일 오전 울산시 남구 신정동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별관 강의실.

“니하오, 짜이찌엔…워시워쓰지치런(나는 로봇이에요)….”

시끌벅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자세히 들어보니 중국어다. 앙증맞은 리듬을 타고 울려퍼지는 이 중국어 동요가 금세 친숙해진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린다. 냉방기가 빵빵(?)하게 가동되고 있었지만, 수업에 임하는 수강생들의 진지한 눈빛과 열기가 가득 피어오른 때문이다.

이곳에는 중국에서 울산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 15명이 여고생들처럼 똘망한 눈망울을 하고 앉아 있었다.

화이트 보드에 연신 한자와 우리말을 섞어가며 열심히 강의하고 있던 이수희(울산대 중어중문과 강사)씨가 그제서야 수업을 잠시 멈췄다.

“수강생들이 너무 열심이어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얼굴 곳곳에 샘솟아 있던 땀을 닦아냈다.

이 수업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중국 요녕성 출신의 김경화씨는 “결혼 후 7년간 울산에 살면서 남편 뒷바라지 하고 5살난 딸 키운다고 정신 없었는데, 이제서야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사실 낯선 나라인데다 친구 마저 없어 우울증에도 시달렸고 문화차이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는데, 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말끔히 해소됐고 자신감도 얻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연애 끝에 결혼해 3년째 울산에 살고 있다는 위사이난씨도 “남편의 나라 한국에서 결혼이주 여성이란 이유로 도움만 받았는데 내가 가진 중국어 구사 능력을 통해 베풀어 준 도움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에 너무 감사 드린다”고 했다.

또 “교육을 마치고 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강단에 서서 ‘중국어 선생님’이라 불리며 일할 것을 생각하니 꿈만 같다”면서 “중국어 뿐만 아니라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과 문화, 전통을 울산지역 아동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6월29일 3개월 과정으로 개강한 ‘결혼이주 여성 방과후 원어민 외국어강사 양성과정’ 강의실의 모습이다.

이 과정은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여성부 공모사업에 신청해 전국 3개 단체와 함께 취업을 원하는 결혼이주 여성의 취업 지원을 위한 국비 무료 훈련기관에 선정되면서 개설됐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이 사업이 가장 최초의 사례다.

15명의 수강생들은 모두 중국 출신으로 한족과 조선족이 섞여 있다.

모두 고졸 이상의 학력이지만, 몇몇은 사범대 역사학과와 영문학과, 산부인과학과 전공자나 약사 출신도 섞여 있다.

울산지역 아이들에게 중국어와 중국의 문화를 가르치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여기다 한국 거주기간이 6개월부터 7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열심히 한국어를 갈고닦은 덕분에 ‘한국인 뺨치는’ 수준의 언어 구사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29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약 3개월간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4시간씩 교육을 받고 있다.

울산대 중어중문과 교수와 강사 14명으로부터 중국어 발음 지도법을 비롯해 회화, 작문, 어휘, 교재연구, 교수법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으며 전문성을 기른다.

또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과 내부 강사들을 통해서는 취업의욕을 북돋우고 구직기술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비롯해 3차례에 걸친 직업상담을 받는다.

특히 교육을 받고 취업에 이르기까지 4개월간 하루 5시간씩 보육 도우미를 각 가정으로 파견해 주는 서비스를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어, 교육을 받는 동안의 육아 부담까지 덜어주고 있다.

3개월 과정을 마치고 나면 15명의 결혼이주 여성들은 울산지역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등의 중국어 강의 프로그램에 원어민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중국에서 사범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9년째 살고 있는 정홍승씨는 “남편과 가족들의 뒷바라지와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지원 덕분에 원어민강사의 꿈을 큰 불편 없이 키워나가고 있다”며 “원어민강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최경란 관장
“결혼이주여성의 원어민강사 양성교육은 경제자립 지원과 함께 사회참여 기회 제공”

“수강생들의 자신감에 찬 모습과 또렷한 눈망울을 보면 흐뭇하기만 합니다.”
중국 출신 결혼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방과후 원어민 외국인 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 최경란 관장은 한껏 고무돼 있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어 흐뭇하다고 했다.

최 관장은 “우리 주부들도 마음 한구석에는 사회참여 욕구를 품고 있다”면서 “하물며 구직 기술이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외국인 주부들은 오죽 했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원어민 외국어 강사 양성과정은 단순히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직업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일하며 존경받는 여성으로서의 지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관장은 “결혼이주 여성들은 늘 한국사회로부터 부족하거나 보호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원어민 외국어 강사 양성과정은 늘 받기만 하는 존재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잘 아는 ‘중국어 실력’과 ‘중국문화’ 전도사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최 관장과 울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원어민 외국어 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결혼이주 여성들이 원활한 취업을 위해 일자리협력망위원회 운영을 통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보육시설연합회와 울산시, 울산시교육청 등 각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취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결혼이주 여성들이 이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외국어 강사로 자리를 잡게 되면, 후배 수강생들의 멘토로 활용할 계획이다.

 글=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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