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퇴임을 눈앞에 두고 대북 송금문제가 발목을 잡아 "마지막"을 무겁게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 "남북관계 개선" "월드컵 성공적 개최와 신화" 등 김대통령의 임기중 큰 줄기 속에서의 성공들은 최근 대북 송금문제로 빛이 바래고 있다.

 김대통령이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평화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나, 또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와 접촉하는 일을 감안해서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자 연일 야당과 여론의 포격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주주의가 발달한 오늘날은 대통령의 행위라고 해서 결코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이)다만 재직시에 재판에 회부되지 않는다는 일시적 특권이 있을 뿐"이라며 국민앞에 진실을 밝힐 것을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당내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화갑 대표마저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전후 사정을 밝히는 것도 문제 해결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측은 말할 것도 없이 김대통령의 임기 중에 이 문제를 매듭 짓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분위기가 이러한 가운데 치적중 으뜸으로 내세우는 남북문제가 중대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직시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문제의 심각성이 더 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김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가 해명 불가론"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는데에는 정말 말 못할 고민이 있지 않을까하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김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서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민감한 문제로 이어진다.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 통일특보가 서로 입장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도 이 문제의 해결에 관건이 될 수 도 있을 법하다. 국민적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남북협력은 더 이상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차기 정부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폭발성 강한 이 문제로 김대통령을 다시 정쟁의 한 가운데로 끌어들인다면 김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 자명하다.

 그저께 철책선 통문이 열렸다. 금강산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거의 반세기가 걸렸던 것이다. 민간인들이 관광을 위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 처음이다. 철벽처럼 버티고 선 분단 장벽도 한반도의 통일염원 앞에서는 맥없이 허물어졌다는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갈 길은 아직도 창창하기만 하다.

 김대통령의 퇴임은 앞으로 18일 남겨두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퇴임후 성공한 대통령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물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존경하는 대통령". 온 국민이 한번쯤 염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서울=신재현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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