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다. 오히려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형편이다. 그러니 대학을 나왔어도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 안되어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사람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친절만큼 훈훈한 것도 드물다. 친절은 서비스 종사자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인터넷시대의 인간성 회복에도 필수품이 되면서 남을 배려하는 새로운 문화를 잉태하게 된다. 친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배려"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흔히 남을 배려한다는 말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 보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을 말한다.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는 작은 배려가 우리사회 전체를 훈훈하게 만들 수 있다. 남에게 폐를 끼쳤거나 호의를 받았을 때 그에 적절한 말을 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나를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자기가 받은 호의나 실례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경우에는 때로 허탈감 마져 느낄 수가 있다.

 말이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조, 톤, 목소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사전달이 달라지고 대화의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할 경우에 여성은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솔"음정도의 높이로 하면 상냥하게 전달이 되고 남성은 "미"음 정도에서 하면 듣기 좋은 인사가 될 수 있다. 상가집을 방문 할 때는 "도"음 정도에서 인사를 나눔이 적당하다. 가장 간단한 표현, 가장 짧은 말이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친절용어가 바로 "예"이지만 이 말도 있고 없음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를 전혀 다르게 한다. 또 같은 말이라도 어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게 우리 말이므로 시원하고 명쾌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도와 달라는 요청에 만약 "예--"하고 힘없고 축 처진 느린 어조로 대답한다면 부정의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친절해야 한다고 무조건 요구에 다 들어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아니오"를 할 것인가이다. 캐런 릴랜드와 커스 베일리는 "냉담한 아니오"와 "최선을 다한 아니오"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부정형의 말을 긍정형으로, 명령형을 의뢰형으로 바꾸어 말한다면 "최선을 다한 아니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시 전자사보에서 직원 4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생활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 싫은 말"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역시 "고맙습니다"(44.9%) 였다. "고생했어, 오늘 술 한잔 어때?"(30.3%) "당신이 없으면 일이 안돼"(23.3%) "아이디어 좋은데"(22.3%) "언제 이런 것까지 배웠어"(18.8%)등 노력에 대한 감사나 칭찬의 말이 많았다. 듣기 싫은 말은 "위에서 하라는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해" "직장생활 몇 년 했어" "이걸 일이라고 해" "그렇게 분위기 파악이 안돼나" "00씨 만큼만 해" 등과 같이 명령형, 청유형의 말, 자존심을 꺾는 발언이었다. 듣기 싫은 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안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그 어떤 논리 정연한 말도 칭찬 한마디를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친구나 이웃과의 인간관계는 논리적 관계 이전에 마음의 교류에 의한 감정적 관계이다. 칭찬의 말을 아끼지 말고 우리사회를 보다 더 친절하고 밝게 만들어 보자.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옆자리 동료에게, 늘 가족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남편에게 "고마워요"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에게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한마디를 해 보자. "꼭 말을 해야 아나?"가 아니라 "당신이 있어서 행복해요, 사랑해요"라고 표현을 하라.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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