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차 한잔을 하면서 생각에 잠기고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허물없이 오가는 곳보다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해진 약속 없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차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공간.

 바쁘고 번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이런 공간이 2년전 울산에서 조용히 문을 열었다. 남구 옥동 그린힐빌라 501호, 다가구주택의 한 가구인 이 집은 거실을 깨끗이 치워 다례와 전통 예절을 교육하는 "동다례원"(원장 김재임, 268·3733)으로 거듭났다.

 울산에서 서양화가로서 활동하던 김재임씨가 어느새 성신대학교 대학원에서 예다를 전공하고는 예절교육을 위해 그의 살림집을 새단장한 것이다.

 울산예절교육원(한국전례연구원 울산지부)을 겸한 동다례원은 10여명이 다소곳이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벽을 따라 진열장이 놓여 있고 진열장에는 다구들이 소담스럽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다. 부엌 쪽에 넓다란 원목 탁자가 놓여있고 그 옆에 언제라도 차를 다려 마실 수 있는 도구들이 준비돼 있다. 안방 한칸은 김원장이 서재와 사무실을 겸해 사용하는 공간이다.

 요즘 동다례원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김원장에게서 예절교육을 받고 있는 주부들이다. 김원장은 롯데백화점, 현대자동차, 정토사, 자광사, 성신대학교 사회교육원, 한남대 예절지도사과정 등에서 다도와 예절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김원장은 동다례원이 누구나 지나가다가 들러 차한잔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의 호를 따서 "동은사랑방"이라는 이름도 붙여놓고 있다.

 김원장은 "남의 집을 방문하는 듯한, 다소 어색한 느낌 때문에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며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는 열린 공간이므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찾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개월의 예절원 교육과정을 수료한 제1기가 "우리예절연구회"를 구성, 오는 3월8일 창립식을 갖고 나면 그들의 모임 장소가 되면서 점점 일반인들을 끌어들이는 생활 속의 문화공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도 모으고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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