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울리는 교향악단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데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방해를 한다. 신나는 국악으로 극장분위기가 고조되자 의자 사이로 버젓이 아이들이 걸어다닌다. 숨을 죽이듯 몸짓을 가라앉히는 무용공연에 몰입하는데 휴대폰 소리가 삐리리 울린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울산 문화의 현주소다. 특히 최근들어 어린이의 입장이 유달리 많아져 거의 매 공연마다 연주자의 몰입을 방해할 뿐아니라 관람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는 공연장 예절에 대한 근본적인 시민의식 부족과 관객 채우기에 급급한 문화예술회관의 관리미비가 빚어낸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어린이를 동반한 주부 관람객을 위해 소공연장 지하에 20평 규모의 유아 놀이방을 설치해 학생 자원봉사자를 주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공연장에는 이러한 놀이방도 없는데다 소공연장 놀이방도 위치가 지하에 있어 주부들이 선뜻 아이를 맡기기를 꺼린다.

 한 주부는 "놀이방이 있는 사실도 몰랐지만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면서 소공연장 지하에 아이를 맡겨놓고 혼자 공연을 본다는 것이 아이 엄마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이의 나이를 속여 데리고 입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많은 주부들은 대공연장의 아이들이 안심하고 노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1층 로비 등에 이동식 놀이방을 설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문예회관 측의 공연예절에 대한 홍보와 공연질서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공연티켓 마다 10분전 입장과 초등학생 이상만 가능한 입장, 휴대폰의 전원을 끄도록 하는 규정 등을 명시하고는 있으나 막상 공연장에서의 관리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남구 무거동의 김모씨(38)는 "공연 중간에 관객을 입장시킬 때도 막간을 이용하지 않고 공연중에 입장시켜 감상에 방해가 된다"며 또한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는 안내도 공연 시작하기 직전과 휴식시간 이후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께 열린 국악공연을 보러온 초등학생들이 관리자들을 피해 의자 사이로 달아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지난해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공연 중 한 관객이 버젓이 서서 휴대폰 통화를 하기도 했다.

 문예회관 측은 "올해는 놀이방 설치 등 어린이 보호시설 확보를 고려하겠다"고 밝히고 "관람질서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정영희씨(35·주부)는 "새해부터는 시립예술단 공연을 유료화하는 만큼 관객을 위한 배려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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