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타 지자체의 특색있는 다문화정책 - 대구시 달서구 -

대구시 전체 외국인 중 32% 성서공단 등 위치한 달서구 거주
이주여성 1200여명 일일이 방문 생활실태·욕구 파악에 힘써
공부방·도서관 등 외국인 필요 충족시키는 현실적 정책 추진
자원봉사자 1대1 멘토링제·외국인근로자 웹사이트 등 운영도
▲ 지난 3월20일 대구 달서구청이 성서종합사회복지관내에 개관한 ‘달서다문화가족 도서관’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자신들 나라 언어로 된 단행본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대구 달서구청>
우리들에게 ‘다문화’라는 말은 익숙한 단어가 됐다. 단일민족 국가라는 특수성을 넘어 다양한 민족이 한반도라는 울타리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 여성들을 동등한 이웃으로 대하거나 다문화가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과 교감을 이룰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전국 자치단체의 특색있는 다문화정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울산지역 접목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다문화가정을 먼저 이해하자

지난 5월 대구시가 실시한 ‘2009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에는 시 전체 외국인 2만5424명의 32.1%인 8179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성서공단 등이 달서구 지역에 몰려있는 탓에 대구에서 가장 많은 다문화가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달서구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에 동화될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 실태가 어떤지부터 파악하는 것에 더 무게를 뒀다.

이에 달서구는 지난 5월11일부터 21일까지 결혼이주 여성 120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와 욕구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다문화가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현장조사를 벌인 것은 전국 최초다.

조사 결과 다문화가정 또한 우리와 같이 자녀를 양육하는데 있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과 자녀의 학업부진, 한국어 구사능력 부족, 집단 따돌림 등을 우려하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 대구 달서구청이 지난 5월11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다문화가족 전수조사에서 조사원들이 결혼이주여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매일신문>

특히 의사소통의 문제와 외국인에 대한 편견 등이 한국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과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글 교육과 취업 지원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달서구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통해 결혼이주 여성 엄마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서툰 경우가 많아 대안이 시급하다는 점도 뼈저리게 느꼈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외국인 근로자 위주에서 다문화가정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

다문화가정의 욕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들에 대한 정책은 모두 현실적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엄마와 함께 배우는 공부방’이다.

달서구 성서도서관이 지난 7월27일부터 8월7일까지 2주간 성서 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한 이 공부방은 동화구연을 통해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들이 한글교육과 한국의 문화와 예절, 도서관 이용법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행돼 호평을 얻었다.

지난 3월20일 성서종합사회복지관 내에 개관한 ‘달서 다문화가족 도서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50㎡ 공간에 중국, 몽골, 베트남 등의 단행본 도서 2500여권과 나라별 정기간행물 9종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다국어 지원 도서검색용 PC 2대, 열람석, 도서관리 프로그램 및 온돌방 등이 설치돼 있다.

또 외국인 주민을 위한 1일 운영인력 6명을 활용해 북 아트 특강, 독서 경진대회, 문화 및 예절 체험 등 방학특강도 운영하고 있다.

달서구는 다문화가정의 자립을 위해 희망근로사업의 문호를 넓혔다.

한국의 생활환경 체험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결혼이주 여성들을 희망근로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

30여명의 결혼이주 여성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외국인 상담센터 등 다문화 관련 시설과 저소득층 가정클린 도우미, 사회복지시설 등에 투입돼 활동중이다.

홀몸 노인과 장애인 등 저소득층 주민들은 복지서비스를 받고, 결혼이주 여성들은 생계에 보탬이 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특히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생활고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결혼이주 여성들도 자립의 기회를 얻고 있으며,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들에게는 ‘외국인 주민 긴급 구호비’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결혼이주 여성의 가사생활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와 결혼이민자의 1대1 멘토링제인 ‘우리도 친정이 생겼어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달서구에 전입하는 외국인 주민에게 쓰레기 배출요령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한 안내문과 함께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무료 지급하는 등 생활 속 세세한 부분까지 지원하고 있다.

◇민·관 협력을 통한 지원 인프라 구축

달서구 지역 방송국인 SCN성서공동체 FM 또한 이 지역 다문화가정에 없어서는 안될 인프라로 손꼽힌다.

전파를 탄지 4년이 넘은 소출력 라디오 성서공동체 FM은 이주노동자들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결혼이주 여성들에게도 소중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직접 모국어로 진행하는 방송프로그램과 한국어 강의 등을 비롯해 방송국 옥상의 공연 공간인 ‘하늘과 별이 보이는 희망 공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영화제와 문화행사들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또 2007년 7월 달서구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외국인 근로자 웹사이트는 외국인 주민 지원기관과 단체, 외국인 상점 등이 담겨 있어 외국인 주민을 후원하고자 하는 민간단체와 지역주민들을 연결해 줘 다문화 공존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준수기자 newsma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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