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관광은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21세기의 과제다. 문화상품의 부가가치가 공산품을 앞지르는 경우를 일찌기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의 축제와 관광은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축제는 울산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낡은 틀"로 꼽힌다. 대부분의 축제가 이름만 특성을 유지할 뿐 내용면에서 들여다보면 특성을 나타내기는커녕 주제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행정과 관련자들의 과감한 의식전환과 투자가 절실하다. 관광 역시 마찬가지다. 산과 바다, 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상품으로 만들지 못해 애써 찾아온 관광객 마저 경주와 부산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테마를 만들고 시설을 갖추어야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축제

 울산에는 울산시민이 갖고 싶어하는 자랑스런 축제도, 외지인들이 보고 싶어하는 문화상품으로서의 축제도 없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90년대 후반부터 전국 각 자치단체들이 속속 축제를 만들어 그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뿐아니라 외지 관광객들을 엄청나게 끌어들이고 있지만 울산만은 여전히 "동네 잔치" 수준의 축제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이 국제영화제, 경기도 이천이 도자기축제, 제주도가 섬문화축제, 오성 바이오축제, 광주가 비엔날레, 안동이 탈춤페스티벌 등으로 축제 기간내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울산은 37년 역사의 처용문화제로 버티고 있다.

 축제의 규모나 재정, 인적구성 등에 있어서 감히 이들 축제와 매년 4억~6억원의 예산에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이끄는 처용문화제를 견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어쨌든 현재로서 처용문화제는 울산시가 대표로 내세우는 축제다. 그밖에 남구의 고래축제, 울주군의 옹기축제, 진하바다축제, 해맞이축제, 불고기축제, 중구의 태화강축제, 동구의 장승축제, 북구의 해맞이축제 등이 있고 예술축제로서 울산예술제와 바다문학제 등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정례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축제로서 이름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동네축제는 동네축제로서, 구민축제는 구민축제로서, 시민축제는 시민축제로서 제자리를 정해야 한다. 이들 가운데 가능성 있는 축제를 찾아내 대표적 축제를 만들든지 아니면 모두 주민 단합을 위한 동네 잔치에 만족하고 울산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축제는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한 시민은 "고래축제나 옹기축제, 불고기 축제, 처용문화제 등은 우선 울산의 특성을 나타내는 문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만 근사하게 만들어내면 규모에 상관없이 울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축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 축제가 상품화되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반해 외지인들의 대부분이 울산의 정체성을 공업도시에서 찾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기존 축제는 각기 특색을 찾아 소규모화하고 울산의 대표축제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울산은 세계에 자랑할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국내 최대의 공업도시라는 특징을 살려 자동차축제, 선상축제, 환경축제 등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울산만 갖고 있는 암각화 국보를 활용하여 암각화축제를 열어도 된다.

 문화관광부는 95년부터 해마다 전국의 축제 가운데 20여개 이상의 특색있는 축제를 가려내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해 집중육성하거나 예산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전국의 7대 도시인 울산의 축제는 한번도 선정되지 못했다.

 성공적인 축제는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며, 도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울산시의 과감한 투자와 의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

 울산은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다. 시내에서 차편으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절경을 가진 바다가 있고,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10여개의 산이 사계절 다양한 풍경을 연출해낸다. 도시 한가운데로 강이 흐르고, 선사시대로부터 이어지는 역사유적지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암각화 국보의 전부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월드컵 축구경기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문수축구장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울산을 찾는 외지인의 숫자는 많지 않고 그들 가운데 관광을 위해 울산에서 며칠씩 묵어가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애써 확보한 관광객들마저 경주와 부산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관광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외지 투숙객들이 울산의 관광 안내를 요청할 경우 하루종일 시간을 들여야하는 시티투어 외에는 연결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서 "하는 수 없이 경주나 부산으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최근에 개설된 울산-일본을 운항하는 돌핀호를 타고 울산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 마저도 울산에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지는 상품화해야만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문화재 중심에서 벗어나 울산만 갖고 있는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테마를 만들고, 일부지역은 편의시설을 갖추어야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가을의 사자평,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돋는 간절곶에서의 일출, 물이 빠져야만 볼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 등은 힘들여 가지 않으면 안될 뿐아니라 특정 시기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우면 된다. 물론 이들 지역은 주변환경을 다듬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관광회사가 관광객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일본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도자기, 성형수술, 때밀이 관광 등 기획상품을 만드는 한편 우리가 "일본 속의 한국 문화"를 찾아 여행을 떠나듯 그들도 그들의 문화를 찾아 울산을 방문할 수 있도록 서생포왜성, 울산왜성 등을 묶어 "울산 속의 일본 문화"라는 테마관광상품도 만들 수 있다.

 울산이 가진 수많은 자원을 관광객의 입장에서 테마를 엮어 볼거리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