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서예, 사진 등 전시와 관련된 울산작가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한 모임 "수믄듯"이 4년째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10월께 서양화가 주한경씨의 개인전 개막식에서 작가들이 서로의 작품을 구매해주고 작품전을 할 때도 앞장서 도와주는 품앗이를 하자는 박흥식씨의 제안에 따라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런 약속에 뜻을 같이한 서예가 김숙례씨, 서양화가 김선이 박흥식 손돈호 이은정 주한경씨, 조각가 정기홍씨, 한국화가 박종민씨 등 8명으로 회원이 구성됐다.

 이들은 숨은 듯이 있다가 일이 있을 때마다 뜻을 펴자는 뜻에서 "숨은듯"을 소리나는대로 옮겨 모임 이름을 "수믄듯"이라 정했다. 모임 이름의 뜻을 그대로 살려 회장이나 총무도 없고 정기적인 모임도, 규칙도 없다.

 이 모임을 만든 뒤 인도네시아로 거처를 옮겼지만 변함없이 "수믄듯"에 참여하고 있는 박흥식씨는 "그림 매매가 거의 없는 울산의 현실에서 그나마 힘을 내어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가들끼리 서로 도와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모임을 구성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인 모임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회원이 개인전을 할 때면 각기 일정한 금액을 내어서 작품을 구매, 한 회원이 소장한다.

 김선이씨는 "작품 구매를 통한 재정적 지원도 작가에게 큰 격려가 되지만 작품을 걸거나 철수하는 등의 힘든 일에도 품을 아끼지 않고 돕는다"며 "작가로서의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든든한 배경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기 때문에 전시회를 할 계획은 없었으나 98년 12월16일 현대예술관 갤러리가 수믄듯 초대전을 마련하면서 전시회도 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기왕이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흡수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사진가 권일씨가 들게 되고 99년 12월24일 갤러리 공간21의 초대를 받아 두번째 전시회를 가졌다. 그 뒤 판화작업을 많이 하는 임영재씨도 가입돼 현재는 회원이 10명으로 늘었다.

 주한경씨는 "작품의 경향에 상관없는 모임이기 때문에 작업내용에 대한 토론이나 경쟁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의 작업을 격려할 수 있는 한편 다른 장르의 작품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수믄듯"이 있던 이들은 올해 8월말께 현대아트갤러리에서 가질 제3회 회원전을 통해 작업만큼은 충실히 하고 있었음을 숨기지 않을 계획이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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